김정일, 카터 또 ‘외면’…”활용가치 없다 판단”

“김정일과 김정은을 만나면 좋겠다.”


방북 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김정일에 러브콜을 보냈던 지미 카터 전(前) 미국 대통령을 김정일이 또다시 외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8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카터 전 대통령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카터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카터 일행으로부터 김정일의 메시지를 전해 들었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대화를 안하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을 카터 일행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할 당시에도 김정일과의 만남이 성사되기를 기대했지만 김정일의 방중으로 불발됐다. 북한 정권에 이용 당하고 말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방북을 추진했던 카터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두 번에 걸쳐 외교적 망신을 당한 셈이다.


외교가에서는 카터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이 북한의 초청에 의해 이뤄졌고, 카터 전 대통령이 전직 국가 수반급과 동행했다는 점에서 김정일과 면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북한이 올초부터 한미에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내는 상황에서 카터 일행의 방북을 계기로 이러한 대화 공세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대북 전문가들은 카터 일행과 김정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정일이 카터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활용할 만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낮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미와 북·중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접근 방안(남북대화→미북대화→6자회담)에 대한 의견일치를 이뤄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정일이 굳이 카터 전 대통령의 입을 빌려 대화 구애에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미 행정부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개인적인 성격으로 강조하고 있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또한 “카터 일행의 방북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3자를 통해 대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방북 의미를 축소한 것 때문에 북한측이 불쾌해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이미 중국을 통해 충분히 한미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김정일이 카터 일행을 만나 정치적 공세를 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미션(임무)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개인 자격의 방북이라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도 “김정일 대신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카터 일행을 만났다”면서 “(김정일 자신의) 건강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이들과의 만남이 활용할 효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한·중·미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방안에 합의를 이룬 만큼 굳이 만날 가치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