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카다피와 달리 전세 불리하면 망명?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리비아의 마우마르 카다피. 중동말 ‘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장기 독재자들이 잇따라 권좌에서 쫓겨나거나 비참한 최후를 맞고 있다.


북한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와 같은 시민혁명이 일어난다면 김정일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현재 조건에서 북한에 자발적인 민중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3대 세습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그마한 불씨 하나가 전국적 저항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들. 그러나 모두 끝은 있었다. 단순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진리이다. 민중 봉기의 성난 기운 앞에 굴복한 독재자들의 선택을 보면 김정일의 앞날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좌측부터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김정일
① 자진 권력 이양과 해외 망명 가능성


‘재스민 혁명’이 시작된 튀니지와 이집트 등에서는 비교적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 이뤄졌다. 독재 지도자들이 자진해서 권력을 내 놓고 해외로 망명하거나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다. 튀니지의 엘아비딘 벤얄리 대통령은 시민군에 총상을 입은 채 쫓겨나 가족들과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했다.


30년을 장기 집권한 이집트의 무라바크도 시위대에 굴복하고 권력을 군사평의회에 이양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지금 병상에 누운 채 재판을 받고 있다. 이슬람권에서 국민에 의해 국가지도자가 법정에 선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로, 무바라크는 더없이 굴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33년 간 독재를 펼쳐 온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일어난 폭탄 사고로 입은 화상을 치료하기 위해 사우디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대규모 민중봉기가 발생한다면 김정일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다른 세력에게 권력을 이양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일·정은 부자가 평화적으로 권력을 내놓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전망하고 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권력욕이 강한 김정일이 권력을 이양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카다피보다 더 참혹하게 대규모 유혈진압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김정일이 해외망명을 택할 가능성도 낮다면서 “만약 망명을 한다면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의 여론 때문에 망명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은) 중국이나 옛 소련의 위성국가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도 선택할 수 있다”면서도 “해외 망명을 해도 이미 죽은 목숨과 같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 도주 시도하다 시위대에 붙잡힐 가능성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경우 시위대의 봉기에 놀라 도주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동구권 국가가 줄이어 붕괴하던 1989년 북한 체제에 비견할 압제 통치에 분노한 시민들은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에 차우셰스쿠는 장갑차 부대까지 동원해 시위대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해서 진압했다. 시위가 어느정도 잠잠해지자 자신감이 생긴 차우셰스쿠는 광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신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도록 했다.


하지만 전국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이 집회 도중에 오히려 일부 군중들의 항의가 시작됐고, 차우셰스쿠는 다시 군대를 동원해 유혈진압을 시도했다. 여기에 분노한 루마니아 국민들은 전국적인 규모의 봉기를 일으켰고 군대마저 시민들의 편에 합세하며 반정부 시위대에 힘이 쏠렸다.


위기에 몰린 차우셰스쿠는 부인과 함께 헬기를 타고 해외 망명을 꾀했지만 헬기 조종사의 배신으로 탈출 후 불과 3일 만에 체포되고 말했다. 차우셰스쿠 부부는 군사재판에서 살인 국가 반역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으며, 즉결처형 됐다.


차우셰스쿠가 시민군의 총에 맞고 처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시 김정일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은 1990년 초 차우세스쿠의 죽음과 성난 군중의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북한 관리들에게 보여주면서 “우리도 인민들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다녔다고 한다. 국가안전보위부에서 근무했던 한 고위 탈북자는 “당시 차우셰스쿠가 처형당했을 때 사건 전말을 알려주고 사상사업을 했었다”고 말했다.


군부 장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정일은 차우셰스쿠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군부 통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위급일수록 더 철저하게 감시했고 일선 부대에는 부대장과 정치위원의 상호 감시, 보위사령부 감시, 통보과를 통한 주요 지휘관 행적 보고를 받아왔다. 반체제 행동이 발견되면 즉시 가혹한 처벌을 가했다. 이러한 통제와 함께 특별 공급 보장, 고급 아파트와 병원 제공, 때마다 선물을 통한 회유책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③ 끝까지 저항하다 최후 맞을 가능성


2006년 12월 이라크 후세인은 미군에 끝까지 저항하다 자신의 고향 티크리트 지하 토굴에서 체포됐다. 카다피도 자신의 고향인 시르테의 하수관 참호에서 사살됐다. ‘왕중의 왕’이라 자칭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렸던 독재자의 최후는 “쏘지마, 제발 쏘지마”를 외칠 정도로 비굴했다.


자진 권력 이양과 해외 망명을 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정일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후세인, 카다피와 같이 최후까지 저항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될 경우 민중 봉기가 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규모 희생은 불가피하다. 


김 연구위원은 “김정일은 카다피와 성격이 달라 전세가 불리하다 싶으면 망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최후까지 시민군을 진압하면서 저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역시 “빈 라덴, 카다피가 그랬던 것처럼 예전과 다르게 갈(망명할) 곳이 없다”며 “카다피와 비슷하게 끝까지 저항하다가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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