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친서에서 HEU 부인 안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2년 제2차 핵위기 발생 직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22일(현지시간) 밝혀졌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미국이 “용단”을 내릴 경우 “그에 맞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북한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보장을 최우선 요구로 내세웠다.

연합뉴스가 22일(현지시간) 당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미국측에 전달했던 돈 오버도퍼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로부터 입수한 친서 사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에 발생한 핵문제는 본질에 있어서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면서 자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군사적인 위협을 로골적으로 가하는 데로부터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버도퍼 교수와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의 방북 한달전인 2002년 10월 북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함으로써 제2차 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던 시점임을 감안하면, “이번에 발생한 핵문제”라는 김 위원장의 언급은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버도퍼 교수도 인터뷰에서 방북 당시 북한이 HEU의 존재를 시인했느냐는 질문에 “강석주 제1부상과 HEU문제를 비롯해 핵문제에 관해 얘기했으나 (HEU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다”며 “북한에서 나올 때 북한이 갖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러나 그후엔 HEU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해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미국이 우리의 자주권을 인정하고 불가침을 확약한다면 새로운 세기의 요구에 맞게 핵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도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이 용단을 내리면 우리도 그에 맞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미국과 협상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부시 대통령이 우리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한 데 대해 유의하며,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불가침을 법적으로 담보하는 데 있다고 본다”고 말해 안전보장 문제를 가장 우선시 함을 보여줬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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