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측근들은 왜 해외에 치료받으러 가나?

▲ 모스크바에서 교통사고 치료를 받은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좌), 인민배우 오미란(가운데), 김정일의 차남 김정철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모스크바에 파견한 것으로 보도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사실은 신병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상의 경우처럼 북한 고위 간부들이 해외에 나가 치료를 받는 일이 종종 언론에 소개된다. 김정일 가계나 고위층이 건강상 문제가 생기면 외국에 나가서 고쳐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강 부상이 신병 치료차 러시아를 방문한 이유는 북한 의료수준이 워낙 낙후하기 때문이다. 고위층 전용 의료시설인 평양 봉화진료소가 있지만, 이곳도 일반적인 진료와 치료, 수술만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에 치료를 나가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김정일은 측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해 해외 원정치료를 특혜로 베풀고 있다.

김정일이 해외 원정치료를 ‘용인술’의 일환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람이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이다.

오진우, 모스크바에서 치료받고 간신히 목숨건져

오진우는 1987년 김정일의 비밀파티에 참석한 뒤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 두개골이 깨지고 갈비뼈가 여러 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오진우의 사고소식을 들은 김정일은 급히 병원으로 달려와 “무슨일이 있더라도 오진우 동무를 살려내야 한다”며 “외국의 유명한 의사들로 불러오고 돈은 달래는대로 다 주라”고 말할 정도로 오진우 살리기에 두발 벗고 나섰다.

당시 김정일은 세습권력을 공고히 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인민군 내 최고 권력자였던 오진우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러나 워낙 중상이었던 오진우는 마취상태로 모스크바로 실려갔고 다시 독일로 후송됐다. 오진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세간에는 ‘금으로 탑을 쌓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들인 외화가 엄청났다고 한다.

평소 인민들의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생각하는 김정일이지만 권력에 필요하다면 갖은 정성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김정일 가계와 측근들이 치료를 위해 찾는 곳은 당시의 외교관계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크게 중국과 러시아, 유럽 으로 모아진다. 치료수준뿐 아니라 이들의 행적을 보안에 붙일 수 있는 장소가 애용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연형묵 국방위 부위원장(심장병), 임동옥 통전부 제1부부장(폐암) 등이 치료를 받았으며, 백남순 외무상(신부전증)과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신부정증)도 치료차 중국을 방문했다.

김정일 가계는 유럽 지역으로 원정치료

김영일 외무성 부상, 최익규 문화상, 이을설 원수, 김용순 당 중앙위 비서 등 수 많은 측근 인사들도 신병 치료차 해외를 찾았다.

영화 및 예술에 대한 관심도 남다른 김정일은 측근 간부들 뿐 아니라 자신이 아끼는 배우들도 해외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꽃파는 처녀’, ‘피바다’ 등에 출연했던 인민배우 김룡린은 러시아에서 치료를 받았고, 북한을 대표하는 여배우 오미란(사망)도 혈액 관련 질환 때문에 해외원정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김정일 가계는 주로 유럽 지역을 선호하는데, 김정일의 동거녀였던 고영희(사망)는 파리에서 유방 종양 및 뇌관련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차남 김정철이 성호르몬 장애 치료를 위해 유럽을 방문했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김정일의 첫 번째 동거녀인 성혜림은 모스크바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다 2002년 그곳에서 사망했다.

이외에도 김정일은 자신의 통치 스타일인 이른바 ‘통 큰 정치’를 선전하기 위해 체제보위를 위해 목숨을 내건 인민들에게도 해외치료의 특진을 내린다.

김일성 부자 찬양문구가 새겨진 구호나무를 화재로부터 보호하다가 심하게 화상을 당한 인민군 여장교가 중국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