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초상화 그늘 밑, 굶주린 母子의 비극적 하루…






‘겨울나비’의 한 장면./(주)웃기씨네 제공
황해북도에 사는 11살 진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매일 닭고기를 먹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진호는 그런 얘기를 전해주는 어머니에게 “거짓말, 우리 동네에서 제일 잘 사는 당비서네 집에도 닭이 10마리 밖에 없어. 어떻게 닭을 매일 먹어?”라고 비아냥 거린다.


그렇지만 진호는 닭고기를 한 번이라도 먹어보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장래 희망도 닭을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요리사다. 진호는 매일 밤 자신이 닭을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잠에 들고는 한다.


오는 7일 개봉하는 ‘겨울나비’는 김규민 감독의 처녀작이다. 김 감독은 단편영화 ‘착각’ ‘모닝콜’을 연출하고 ‘국경의 남쪽’ ‘크로싱’ ‘카인과 아벨’등 다양한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한 바 있다.


‘겨울나비’는 북한 황해북도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진호와 그의 어머니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 실태를 전하고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촛불 하나에 의지해 식사하는 모습, 비누 하나 찾아보기 힘든 일반 가정집의 풍경, 장마당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거래하는 모습 등은 실제 북한에서 찍은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북한 사회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또한 북한 사투리가 관객들의 영화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수용해 모든 배우들이 한국식 말투를 사용한다. 북한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했던 기존 북한 영화와는 달리 관객들의 공감을 폭넓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속 진호는 11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한창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어 놀 나이다. 그러나 진호는 학교에 가는 대신 가파른 산을 오르면서 나무를 베어 온다. 나무를 베고, 그 나무를 집까지 옮기고, 톱의 날을 세우고 나서야 진호의 긴 하루는 끝이 난다.


진호는 친구 성일과의 문제로 어머니와 다툰 후, 깊은 산 중에서 나무를 하다가 큰 사고를 당한다. 어머니는 며칠간 정신 없이 진호를 찾지만 아들은 좀처럼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진호와 어머니는 다시 감격스러운 상봉을 하게 되지만, 이들 모자의 앞에는 비극적인 결말만이 기다릴 뿐이다.


어머니가 “진호에게 맛있는 밥 한끼만 먹게 해주세요”라면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바라보고 기도하는 장면에서는 지금의 식량난을 초래한 북한 체제의 모순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진호 어머니가 사진 속 닭고기를 파 먹는 장면이나 모래를 씹어먹는 장면 등은 관객의 눈물샘을 저절로 자극한다. 그러나 슬픔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북한 사회의 비극적 현실을 함축한 충격적인 반전이 관객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