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체제는 이미 해체단계 접어들었다”

북한의 국가시스템 붕괴 원인 및 김정일 체제 해체 가능성과 향후 바람직한 북한 관리방안 등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 주목된다.

27일 발행된 뉴라이트 사상·이론지 ‘시대정신’ 겨울호는 ‘북한의 해체과정과 붕괴에 대한 대책’에 대한 좌담을 싣고 “현재 북한 김정일 정권은 ‘국가체제’로 볼 수 없을 만큼 시스템이 붕괴돼 이미 국가 해체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붕괴는 “주체사상과 대남적화통일전략이라는 내적요인과 구동구권 몰락이라는 외부요인에 기인한다”며 김정일 정권 붕괴 이후 대응에 대해서는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공동관리방안을 제시했다.

좌담은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김희상 전 국방대 총장(전 청와대 안보보좌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초빙교수(호주 국립대 교수), 손광주 데일리NK 편집국장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들은 북한체제가 국가로서의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공감하면서 북한은 국가 해체국면에서도 개혁·개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김정일 정권의) 정치적 자살”이라며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남한의 경제 발전과 정치적 자유를 깨달은 북한 주민들, 즉 밑으로부터의 의식개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희상 전 총장도 이에 공감하고 “(북한에 대해)중국식 개혁·개방을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이미 시효가 끝난 것”이라며 “북한은 국민을 먹여 살리고 복지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정치지도자의 기본인식 자체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에 대해 “수령독재, 선군정치를 유지해야만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손광주 국장은 설명했다.

김영호 교수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포용정책이 개혁․개방의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다”며 “권력교체가 일어나지 않는 한 개혁·개방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관련 김 전 총장은 “햇볕정책을 잘못된 상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불명확한 목적으로, 그것도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진행했으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충했다.

핵실험 이후 향후 북한의 행보와 관련, 손국장은 “긴장고조→대화 및 협상→대북원조→긴장고조라는 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은 대화와 군사적 긴장 고조라는 사이클을 지속하면서 긴장 수위를 더 높여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한국은 김정일의 핵우산 밑에서 핵 인질로 잡혀 살 것이냐, 아니면 단호한 결단을 통해 북핵을 해결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한국정부는 단호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정권 붕괴 이후 대응과 관련해서 국제공동관리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각기 다른 측면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국제적 보편가치에 따른 정치적 접근을 강조한 한편, 김 전 총장은 “한반도가 또 다시 분단·갈등 상황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김정일 정권 붕괴시 한국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중시했다.

손 국장은 “흡수통일을 우려하는 북한 주민의 입장도 고려돼야 하며 국제협력이 중요하다”고 주문했고, 란코프 교수는 남북한 정부가 공식적인 통일전략을 채택한 뒤 구체적인 단계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대정신’ 겨울호는 이밖에도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 및 김정일 체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응전략을 제시한 세 개의 논문 등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