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철통보안’ 訪中…’후계-6者’ 밀약 때문?

중국을 전격 방문 중인 김정일이 30일 오후 6시 45분(한국시간 오후 7시 45분)께 중국 옌벤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시를 통과,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로 건너갔다. 이로써 4박5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28일 밤 창춘(長春)을 떠난 김정일은 당초 옌변(延邊) 조선족자치구로 향해 이곳을 살핀 후 ‘남양-투먼’ 코스로 귀국할 것으로 보였지만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에서 하루 일정을 소화했다.


하얼빈에서 김정일은 김일성 혁명유적지를 방문하고 주요 산업시설 등을 시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정일의 전용특별열차가 창춘역을 떠나 하얼빈에 도착하기까지 20시간가량 그의 행방 확인이 어려웠다.


이처럼 김정일의 이번 방중은 언론의 집요한 추적을 비웃기라고 하듯 외부노출을 철저히 차단한 채 ‘잠행’ 행보를 지속했다. 지난 5월 방중 노선이 비교적 쉽게 확인되고 그의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노출됐던 때와는 판이한 것이다.


김정일의 5일간 ‘잠행’…”철저히 준비된 행보”


숙소 또한 그의 노출을 차단하기 가장 적합한 곳을 택했다. 방중 첫날 숙박지인 지린시 우쑹(霧淞)호텔은 뒤에는 높은 산이 있고, 정면에는 폭 500m의 쑹화(松花)강이 흐르고 있다. 둘째 날 숙소인 창춘의 영빈관인 난후(南湖)호텔은 깊은 숲이 형성돼 있어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다. 하얼빈 타이양다오(太陽島) 영빈관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방중에 이어 3개월여 만의 중국 방문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평양에 들어온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을 남겨두고 중국으로 향했던 것은 국제사회의 예상을 깨는 행보였다.


따라서 26일 새벽 기존의 ‘신의주-단둥’ 노선을 택하지 않고 ‘만포-지안’ 루트를 택한 것부터 귀국하는 시점까지 철저히 계획됐을 가능성이 높다.


외부에서 볼 때는 깜짝쇼에 비춰질 수 있을 만큼 즉흥적이고 다급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철저히 준비된 행보라는 평가가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외부 시선을 따돌려가며 방중 일정을 진행한 것은 그만큼 방중 목적이 공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더불어 뇌졸중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이 외부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당대표자회 앞두고 ‘성지순례’…김정은 동행했을까?


이번 방중에 후계자인 김정은이 동행했는지 여부도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김정은의 동행 여부에 대해 “중국 측 (초청) 명단에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공식적인 답변 내용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김정일은 이번 방중에서 부친인 김일성이 다녔다는 위원(毓文)중학교와 항일유적지인 베이산(北山)공원을 방문했고, 하얼빈 무단장(牧丹江)에서도 동북항일연군(聯軍) 기념탑을 참배하는 등 김일성의 항일 유적지를 방문했다.


때문에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다음 달 초순 조선노동당 대표자대회를 앞두고 ‘김일성→정일→정은’으로 이어지는 ‘혁명적’ 3대 세습을 강조하기 위한 ‘성지순례’의 성격으로서 김정은의 동행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전용열차의 객차 수가 지난 5월 9량에서 이번에는 26량으로 늘어난 점도 김정은이 동행하면서 수행 인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방중 경로가 베일에 싸인 점 역시 김정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44년 만에 개최되는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라는 중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방중은 중국 정부로터 후계체제를 간접적으로나마 지지의사를 확인받기 위한 게 가장 큰 목적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대북전문가들의 평가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일도 지난 27일 후 주석이 마련한 환영연회에서 “복잡다난한 국제 정세 속에 조중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는 것은 우리들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조만간 열리는 북한의 당대표자회를 언급, “조선노동당대표자회가 원만한 성과를 거둘 것을 축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춘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중국 정부가 북한의 후계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기보다 당대표자회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지지 입장을 대신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달리 김정은의 동행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있다. 최고 권력자 두 명(김정일, 김정은) 모두가 평양을 비우는 결정을 하기 힘들고,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모두 외유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당시에도 김정은 동행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동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아직까지 공식 직책을 부여받지 못한 김정은이 주요 외교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中 “北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 지지”…北 “6자 재개 희망”


김정일의 방중은 북중간 밀월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실제 후 주석과 김정일은 창춘에서 1박을 같이 보냈고, 이 자리에는 중국 수뇌부의 중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정일은 후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견지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원치 않는다”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장성명을 발표한 이후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동향이 나타났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정세 완화와 외부환경 개선을 위한 북한의 적극적인 노력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은 유관 당사국에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의 기치를 들고 현재의 긴장 국면을 완화하기 위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아울러 중국의 개혁·개방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향후 북한의 민생 개선에 중국이 적극 협력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김정일은 방중을 통해 중국의 체면을 세워줬고, 중국도 답례차원에서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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