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남파간첩에 의해 살해된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 ‘방문객’이 이달 말 충무로에 있는 명보아트시네마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이한영은 김정일의 둘째 부인인 성혜림의 조카로 탈북 후 성형수술까지 하며 신분을 감추고 살았다. 하지만 1996년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고위층의 은밀한 사생활을 밝힌 ‘대동강 로열패밀리 서울 잠행 14년’을 출판하면서 신분이 노출돼 북한의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영은 책 출간 이듬해 분당의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남파 공작원에 의해 살해됐다.
영화는 한국에 정착하고자 성형수술까지 한 탈북민 류수현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떠도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다 북한 고위 간부 암살 사건이 발생한 후 살해 협박을 받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한 눈빛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도 생생하게 그렸다.
박영철 감독은 11일 데일리NK에 “영화는 이방인처럼 남과 북 어느 한쪽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민 인권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편견 속에서 탈북자들이 자기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이어 “관객들도 영화를 통해 탈북자들을 편견과 차별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 공생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영화는 지난해 11월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서 주관한 제8회 북한 인권국제영화제에 특별 초청된 바 있다. 당시 관객들로부터 탈북민의 현실을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