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중국서 방황말고 체제개혁부터 시작해라

김정일의 중국방문 결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과감한 후속 조치가 나올 것이냐, 아니면 경제지원을 받고 중국의 환심을 얻는 데 그칠 것이냐는 것이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 방중 이후 북한의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예상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평양발 깜짝뉴스를 기대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국내 언론과 소위 북한전문가들이 김정일의 박자에 따라 춤을 추는 인형들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핵 보유 선언을 하면 ‘우리식 사회주의 고수’라고 말하고, 중국을 방문하면 ‘개혁개방’ 신호탄이라고 한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일관성 없는 주장들이 태반이다.

북한 내부를 겪어본 우리 탈북자들은 김정일의 말과 행동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물론 100% 알지는 못하지만 외부에서 관찰하는 사람들 보다는 낫다는 판단이다.

먼저, 민주주의 사회와 김정일 독재사회에 대해 도덕적 분별력을 지녀야 한다. 도덕적 분별력이 있어야 김정일 독재체제의 속성과 그 한계를 올바르게 지적할 수 있다. 또한, 북한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논지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개혁개방’ 아니라, 낮은 생산성 보완 수단

김정일의 비공식 중국방문은 여러 가지 영리목적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적 압력으로부터 중국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데 있어 보인다. 즉, 위폐문제를 덮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개혁개방으로 나가려면 위폐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명백한 범죄행위를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그런 일 없다’고 뻗대는 지도자가 무슨 개혁개방을 이끌어가겠는가.

김정일은 이미 몇 차례 중국 상하이 등 개혁개방 도시를 돌아본 바 있다. 그리고 다녀와서 몇 차례 경제개혁을 시도한 적도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수령독재의 낮은 생산성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었다.

개혁개방 하려면 6자회담을 통해 핵무기를 폐기하고, 위폐나 범죄행위 근절하고, 남한의 협조를 얻어 과감한 개방정책을 시도하면 된다. 벌건 대낮에 중국에서 몰래 숨어다니는 궁상을 떨지 않아도 된다.

지금 북한에서는 인민들이 이중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개혁개방과 자유를 갈망하는 주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나고 있다. 독재체제에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남한에 있는 북한전문가들은 응당 김정일에게 더욱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주민들을 보살피라는 충고를 일관되게 해야 한다.

김정일은 무지한 인민들을 개방으로 이끌어 나가려는 위대한 지도자가 아니라, 주민들의 간절한 개혁개방 의지를 외면하는 독재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개방보다 정치개혁 먼저 요구해야

지난 기간 북한이 개방을 시도해보려고 여러 면에서 노력했다. 라진-선봉지구를 비롯하여 신의주 등 여러 지역들을 개방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그러한 개방도시를 만드려 할 때 북한당국은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적대군중(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추방하고 핵심군중, 기본군중들을 거주시켜 개방도시의 모델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시도는 실패했다.

그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겠지만 기본원인은 우상화 수령독재체제를 개혁하지 않은 데 있다.

주민을 통제하고 스스로 잘 살 수 있는 상황을 보장하지 않으면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상화 일인독재가 무너질까 무서워 주민들을 이중삼중으로 더 옥죄는 상황에서는 개혁개방이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우상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개방지역 주민들은 물론, 북한의 전 지역 주민들에 대한 통제에만 많은 인력과 에너지를 낭비했다. 북한 관리들은 생산활동 증대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뇌물에만 눈을 번득인다. 개혁개방이 성공할 턱이 없는 것이다.

김정일은 이번처럼 중국을 방문하여 개혁개방 도시들을 찾아 다니며 방황할 것이 아니다. 스스로 과감한 개혁개방을 위해 체제 개혁에 앞서야 한다.

이를 거부하는 김정일은 통이 큰 지도자가 아니라 그저 비굴한 겁쟁이일 뿐이다.

이주일 논설위원(평남출신, 2000년 입국)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