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주민 볼모로 국제사회와 대결중

▲ 조선중앙TV는 20일 오후 8시 뉴스에서 집중호우로 모래와 석비래(붉은 진흙)에 묻힌 강원도 금강군 농경지의 모습을 내보냈다. ⓒ연합

북한의 비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순에 내린 집중호우와 계속된 장마로 아리랑 공연을 취소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번 비 피해로 수백 명이 사망하고, 10만 톤의 식량이 유실됐으며 6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소식도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 11월~내년 10월 부족분을 83만톤으로 추산하고 있다.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남도에서는 농경지 침수로 벌써부터 내년 식량을 걱정하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에 온 북한 무역일꾼들은 “비 피해 때문에 나라가 정신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의 피해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미사일 사태와는 별개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달 중순 이후 국제적십자연맹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황해북도 연산군 송촌리에 74톤의 긴급 구호식량을 제공하겠다는 세계식량계획(WFP)의 제안도 거절했다. ‘식량이 이재민에게 가는 것을 확인하겠다’는 조건을 붙였다는 이유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적십자사도 북한에 대한 개별지원을 제의했다가 북한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적십자사도 대북지원 의지를 보였지만, 북측으로부터 별다른 통보가 없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당국이 외부지원 거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오로지 내부사정이 알려지는 게 싫고 ‘지원식량이 주민에게 돌아가는지 확인되는 게 싫다’는 것이다.

북한당국이 이러한 태도를 지속할 경우 북한주민들의 희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사일 문제로 야기된 국제적 고립화 추세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주민들을 볼모로 정치적 시위를 벌이는 ‘자폐국가’라는 국제적 비난까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자국민 고통을 담보로 국제사회와 대결

지난 12월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통과되자 북한당국은 내부에 상주하는 유엔기구들의 철수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WFP 식량지원마저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자국민의 희생을 국제사회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북한 수해지원 문제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 들어 언제까지 인도적 지원문제를 외면하기는 어렵지 않냐는 기류도 형성되고 있지만,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지도 않는데 오해 살 필요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이번 호우 피해에 따른 대북지원을 서두를 경우 남한 수해지역에 대한 지원도 제대로 못하면서 북한만 챙긴다는 여론의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대북제재 공조의 틀을 확실히 유지하면서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제대로 강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WFP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이 필수적으로 보고 있다. 즉 국제기구를 통해 식량을 지원하고 주민들에게 확실히 분배되는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의 단독지원은 투명성 확보도 어려울뿐 아니라 ‘우리가 세게 나가니 역시 남측이 먼저 고개 숙이고 들어온다’는 북측의 오해까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현재와 같이 인도적 지원을 거부할 경우 뾰족한 지원 수단은 마땅치 않다. 또 정부가 고립노선을 추구하는 북한에 대해 온건한 자세를 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북한이 국제사회의 원조를 투명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남한 정부의 대북지원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을 북측에 분명히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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