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정권 붕괴와 중국 최선의 선택은?

▲ 중국 공산당 대회

한국의 통일 문제는 정말 복잡하다.

주변국의 일치하지 않은 국가 이익, 서로 모순되는 사상, 가치관 등으로 한반도의 통일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복잡한 구조에서 제일 중요한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1950년대 초부터 한반도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요즘의 중국만큼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세력은 없다.

중국은 지금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현 남북한 사정을 검토해본다면 통일이 ‘전 한반도의 남한화’를 의미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기본 경쟁자인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적으로 보면 중국 정권은 아직 공산주의 간판을 내걸고 있는데, 또 하나의 공산국가의 붕괴를 중국공산당의 정당성을 손상하는 사건으로 보면서 환영하지 않는 것이다. 또, 북한의 붕괴는 중국과 가까운 지역에서 대규모 피난민 문제를 비롯한 정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중국 국내 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북한합병, 가능성 없다

최근에 중국이 북한을 지지하는 이유는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이다. 사실 중국과 남한의 대규모 지원이 없었더라면 북한정권이 지금까지 과연 생존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김정일 정권에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비상 구조정책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자원낭비다. 김정일 정권은 중국에서 오는 지원을 경제적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개혁을 하지 않고 체제유지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효율성이 낮은 북한 체제를 무기한 지지할 수는 없다. 또 중국은 북한이 경제개혁을 시작하지 않으면 체제의 붕괴는 시간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평양에서 경제를 더 잘 관리할 줄 아는 정권이 생기는 것을 환영할 수 있다.

중국은 한반도 북부에서 안정된 ‘완충국가’를 필요로 하지만 이러한 국가를 다스리는 세력이 ‘김 왕조’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중국 정부도 북한의 정권 교체를 원하는 이유가 있다. 김부자와 관계가 없는 새 평양 정권은 옛날 잘못에 대한 책임을 김왕조에게 돌리고 중국이 원하는 개혁을 시작할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남한에서는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북한 국토를 흡수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우려는 근거가 별로 없다. 1910년의 한일합방과 같은 사건은 21세기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로 적어도 2개가 있다.

하나는 약소국에 대한 침략을 합법적인 행위로 인정하는 식민지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지금도 강대국이 약소국에 압력을 가하고 착취는 하지만 형식적인 국가합병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1945년 이후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국가가 합병을 당한 적이 없다. 일부에서 합병의 사례로 주장하는 1951년의 티베트에 대한 중국 침공은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2007년의 북한과 달리 1951년의 티베트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가가 아니었다. 당시에 티베트 정부와 수교한 외국 정부는 하나도 없었다.

중국에 의한 북한 합병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국의 이러한 행위가 북경 외교관들이 주장하는 ‘평화적 부상론'(和平崛起, peaceful rise)에 모순되고, 이웃 나라들이 중국에 공포감을 갖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서 중국의 국제적인 지위에 큰 손상을 줄 수 있다. 베트남, 라오스, 인도와 러시아까지 북한 합병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중국의 부상을 자신의 대한 도전으로 간주할 것이다. 또 합병으로 인해 중국의 지정학적인 상황이 한반도에서 다소 개선된다 해도 전체적으로 보면 더 큰 손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을 내몽고나 티베트와 같은 ‘북조선 자치주’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또 이것이 중국이 북한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은 직접적인 통제보다 간접적인 통제를 더 합리주의적인 전술로 보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합방보다 위성정권이 성립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194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말까지 소련이 동유럽 국가를 엄격하게 통제했지만 이들 국가는 공식적으로 주권적 독립국가로 남았다. 실제 정책에서는 모스크바의 허락 없이 중요한 정치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체코나 불가리아도 UN 회원국인 주권국가로 인정받았다.

중국의 간섭이 보이지 않는 ‘쿠데타’

그런 점에서 중국이 북한의 체제붕괴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북한에서 위성국가 건설을 시도할 수는 있을 것이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평양의 친중파에 의한 쿠데타를 후원하는 것이다. 지금 중국의 대북 경제진출이 심화되면서 북한의 집권엘리트층에서 불가피하게 중국과 가까운 인물들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인물들이 쿠데타를 준비할 수 있다.

아주 특별한 경우, 중국이 무장력으로 이러한 쿠데타 세력을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79년 12월 소련 특무 기관이 준비한 아프가니스탄 쿠데타의 전례가 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친소파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했을 때 소련 특무부대는 아프간 수도인 카불에 상륙하여 대통령궁을 비롯한 전략적인 지점들을 점령했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정부 요원들을 암살했다. 물론 이러한 무장 쿠데타를 중국이 지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베이징에게 최선의 방법은 중국의 간섭이 보이지 않는 쿠데타다.

이러한 쿠데타가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교 역사를 보면 중국은 1949년 공산주의 혁명 이후 이웃나라에 위성국가를 만든 적이 한번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친중파가 정권을 장악한다면 얼마 동안은 중국에 부담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구소련의 경우 동유럽 친소 위성국가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완충 지역이었지만 경제적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은 소련 예산에서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 이러한 쿠데타는 중국의 국제 지위에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북 진출은 중국에 득보다 해가 될 수 있다.

중국의 대북진출, 남한이 대응할 방법 없어

이러한 잠재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북 진출을 결정한다면 남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

정직하게 말하면 이러한 도전에 직면할 대한민국은 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중국이 군사진출이 아니고 친중파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권을 장악할 경우 남한정부는 반대할 구실까지 없을 수도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북 땅으로 들어가는 경우에도 국력이 약한 남한은 중국의 행위에 도전하기 어렵다.

또 미국도 북한문제 때문에 중국과 무장 충돌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미국이 북한을 위험한 국제문제로 보는 기본 이유는 북핵 그리고 핵무기에 대한 통제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위성국가가 된다면 북한에 있는 핵무기의 안전을 잘 보장해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중국의 작전은 미국도 조용히 환영할지 모른다.

물론 미국의 언론이 중국의 대북 진출과 간접적인 침략을 비판하겠지만 이러한 비판은 실제 대북정책에는 별로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제사회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강대국이 이웃지역에 자신의 이익에 맞는 위성정권을 세우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인 한국 때문에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거인인 중국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 정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시장화를 격려하고 경제개혁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친중파 간부들을 통해 필요한 개혁을 부과하기도 하고 많은 투자와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북한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의 이익을 보장할 뿐 아니라 북한의 경제사정을 개선하고 생활수준의 향상을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친중 정부는 첫 단계에서 북한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을 수 있다. 북한의 간부들은 민족주의의 미덕을 설파하고 있지만 위성정권을 환영할 가능성이 높다. 간부들로서는 중국의 개혁정책이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보다 더 바람직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직접 북한을 다스리지 않고 현지 인재(人材), 즉 북한 간부들을 그대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의 통제 밑에서도 북한의 간부 계층은 자신의 특권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또 경제성장에 따라 국민소득과 생활수준이 향상하면서 간부들의 권력과 실제 소득은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시장화로 인해 북한체제가 완전히 자본주의로 바뀔 때 현대식 대기업을 소유하거나 경영할 북한 재벌들은 압도적으로 북한 간부들이나 그들의 자식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중국은 인권침해를 문제로 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김부자 시절에 범죄를 저지른 간부들까지 보복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통일의 가장 중요 변수는 중국

그러나 북한체제 붕괴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한반도에서 독일식의 흡수통일이 생긴다면 하루 아침에 자본주의 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북한 간부들은 특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이 관리했던 북한 기업은 이북으로 진출할 남한 대기업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간부들이라 해도 남한 기업인에 비하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많이 부족하니까 남한 경영자들의 보조 직원들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또 김부자 정권 시절 저지른 범죄가 노출된다면 주민들이 보복을 요구할 수 있다.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이 있는 자들이 일부라고 해도 이들은 벌을 받을 것이고 더이상 옛날의 특권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 간부들은 자칭 ‘민족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득권 때문에 친중 정부를 반대하지 않고 중국의 지배를 ‘차선’으로 볼 이유가 있다.

북한 주민들도 중국에 의한 시장정책의 결과를 환영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기근을 경험했던 그들에게 매일 쌀밥을 먹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행복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이 보여주듯 이러한 개혁은 짧은 기간 동안 경제를 빨리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친중정권이 들어서도 북한 주민들이 누리는 생활 수준과 정치적 자유는 남한 주민에 비한다면 오랫동안 너무 뒤떨어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 사이에 남한에 대한 매력이 계속 커질 수 있다. 과거 동독 주민들은 1970-80년대에 소련의 엄격한 통제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표시할 수 없었지만 잘 사는 서독의 성공을 잘 알면서 크게 부러워했다. 북한 주민들도 동독 사람들과 비슷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우리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세계 역사가 잘 보여주는 듯이 괴뢰정권으로 탄생한 정부도 적절한 기회에 후원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에서 김일성 정권이 1945-48년에 소련의 위성정권으로 시작했지만 1950년대 말 김일성은 민족주의 세력을 동원해서 소련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동유럽 역사를 봐도 비슷하다. 1980년대에 소련의 통제력이 약해지자 동유럽 국가들의 공산정권은 다 전복되었다.

그래도 중국의 진출은 바람직한 것이 결코 아니다. 동북공정이나 대북 투자 확대 등에서 보여주는 듯 중국은 한국통일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싫든 좋든 중국은 한국의 통일을 방해하거나 무기한 연기할 잠재력이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이러한 잠재력을 사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감스럽지만 중국이 잠재력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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