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정권 교체없이 핵문제 해결 없다”

-‘북한문제’는 핵문제, 개혁개방문제, 인권문제, 한반도평화체제구축문제, 통일문제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핵문제는 10년이 넘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고, 2005년에도 동북아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고 싶습니다. 북한에 완성된 핵무기가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94년 제네바 합의 체결 전에 적어도 두 개 이상의 플루토늄 핵무기 제조를 완료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당시 책임자가 전병호 군수공업담당 비서인데, 전비서가 중앙당 비서들과의 모임에서 언급한 이야기입니다. 93~94년 1차 핵위기 당시 전비서가 ‘지하 핵실험 준비를 완전히 끝내고 위(김정일 지칭)에 보고했는데, 아직 답변이 없다. 국제관계를 고려하여 그런 것 같은데 국제비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물어온 바 있습니다. 그때 북한은 지하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단계였습니다. 현재 북한의 플루토늄 핵무기가 어느 정도 되느냐 하는 문제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한 양을 계산해보면 나올 것입니다.”

현재 북한 보유추정 플루토늄 핵무기는 한, 미간 다소 차이가 있다. 한국은 1~2기, 미국은 2~3기가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의 관련 연구소는 5~7기로 파악하고 있으며, 지난 미 대선과정에서 케리 후보는 “북한은 5~7기를 이미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미 정부의 공식입장은 93~94년의 ‘과거 핵무기’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2월 IAEA(국제원자력기구) 감시요원 추방 이후 북한이 8천여개의 폐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하여 무기화에 성공했을 경우 5~8기라는 분석은 가능하다.

-농축우라늄 핵무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한은 2002년 10월 방북한 미 국무부 제임스 켈리 특사가 농축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증거를 제시하자, 처음에는 인정했다가 이후 줄곧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데요.

“1996년 전병호 비서가 한동안 중앙당 비서들 모임에 나타나지 않다가 그해 여름~가을 경 우리에게 ‘이제 외국에서 플루토늄을 사오지 않아도 된다. 파키스탄과 협정을 체결하고 우라늄235로 핵무기를 만드는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파키스탄과의 협정은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파키스탄에 넘겨주고 파키스탄은 농축우라늄 핵제조 기술을 북한에 넘겨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후 파키스탄의 핵기술자가 북한에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농축 우라늄 핵무기 개발은 그때부터 진행되었을 겁니다.”

-96년 이후 만 8년이 지났으니까 그 사이 농축우라늄 핵무기 개발도 상당히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면 종합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북한이 핵무기를 몇 개나 만들었는가, 핵무기 운반수단은 어느 정도인가 하는 논의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기술적인 전문지식은 없지만 북한의 중앙당 군수공업부의 책임간부들로부터 ‘고체연료 문제도 해결했고, 목표지점에 정확히 도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미 본토까지 타격은 가능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바 있습니다. 나는 김일성・김정일 정권과 40여년 동안 함께 사업했습니다. 그런 경험에 기초해보면 북한은 현재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어놓았다고 추측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북한 당국자가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거나, ‘핵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말할 리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 재처리 완료사실을 통보하는 행위 등은 그보다 더 큰 문제인 농축우라늄 핵무기를 은폐하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북한 핵개발 수준 과소평가 말아야”

2004년 6월 8일 중국 외교부 미국담당 저우원중 국장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의 HEU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아무 것도, 그것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른다. 미국은 그동안 이에 대해 확신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제임스 켈리의 방북 이후 “우리는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한 ‘물증’(solid evidence)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 체제의 특성상 핵무기 관련 증거수집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더욱 인적정보는 중요하다.

-국내외 언론에 등장하는 북한 핵 관련 정보는 얼마나 신빙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핵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북한실정을 잘 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 그들이 실제 북한에 가서 검증한 것도 아닙니다. 북한의 핵기술 발전수준을 나름대로 추측한 데 기초하여 북한의 핵무기 개발수준을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부 나라 기술자들의 주장은 정치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설사 핵무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무기만 해도 충분히 위협적인 만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능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북한의 핵개발 책임자는 누구이며, 핵무기는 지금 누가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합니까?

“북한에서는 핵무기, 생화학무기를 비롯해서 신형무기 개발은 김정일의 직접적인 지휘 밑에 노동당 군수공업부를 통해 진행됩니다. 그러나 일단 개발되어 생산된 무기는 군대에 넘겨서 군대가 관리하게 됩니다. 북한 핵무기는 이미 군대에 다 넘겨진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가령 북한이 NPT(핵비확산기구)에 복귀하고 IAEA 특수 핵사찰을 받아들이게 되면 북한의 핵개발 실태가 모두 드러날까요?

“북한의 핵무기는 특수 핵사찰을 하게 되면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북한 당국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특수 핵사찰 대상에 대해 국제기구의 사찰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보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김정일 독재정권’이 문제입니다. 김정일이 없으면 설사 북한에 핵무기가 수백발이 있다해도 위험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있는 한 핵무기, 생화학무기는 계속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북한에 핵무기를 없애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을 없애는 것이 문제의 본질로 되는 것입니다.”

대담・정리/ 손광주 편집국장 sohnkj21@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