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용도로 때문에 집까지 헐려”

▲ 지난해 5월 삼수발전소 준공식 모습

양강도 혜산에서 김정일 전용도로 건설이 강행되면서 주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8일 알려왔다.

양강도 혜산에서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백두산 혁명 전적지 건설’을 목표로 발족한 ‘당(黨) 사상선전일꾼 돌격대(약칭 6.18 돌격대)’ 대원 3만 명이 삼수발전소와 왕덕역(김정일 전용역) 구간에 김정일 전용도로(1호도로)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식통은 삼수발전소 도로 건설 과정에 대해 전하면서 “1호도로 건설 때문에 도로 주변의 집을 모두 허물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와 사람들이 아우성이다”고 전했다.

공사가 시작되면서 도로가 지나가는 위에 있던 혜산시 검산동의 14세대의 살림집들은 이미 허물어 버린 상태라고 한다. 강제로 철거된 집들은 모두 ‘95호 공장(양강도 군수공장)’ 주택들이다.

북한당국이 집을 잃고 나앉은 사람들을 모두 “공장에서 책임지고 돌봐주라”고 떠넘기는 바람에 모두 ‘95호 공장’ 외곽건물에 임시 거주하고 있는 상태이다.

도로주변에 있는 집들도 기본공사가 끝나는 즉시 주변정리 작업을 하면서 모두 허물어 버린다고 선포한 상태여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주민들의 불안은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장마당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장사가 어렵다. 대부분 주변의 산에 밭을 일구어 식량문제를 해결해 왔는데, 도로건설로 밭은 다 없어지고 당장 살아갈 집마저도 빼앗길 판이다.

설사 살림집을 새로 지어준다고 해도 개인 밭을 모두 잃어 당장 내년부터 생계가 큰 문제가 된다.

도로 건설 현장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떠는 돌격대원들이 땔감 마련을 위해 대낮에도 마을 울타리들을 부수면서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이 항의하면 “너도 살고 우리도 좀 살자. 어차피 다 허물어 버릴 집들이 아니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고 한다.

공사가 시작되던 초기까지만 해도 건설 현장이나 공사 지휘부 주변에는 “장군님을 모시는 자세와 입장이 우리에게 달렸다” “선군시대 충신의 자세를 보려면 우리를 보라!, 하루빨리 공사를 앞당겨 장군님께 충성의 보고를!”이라는 구호판들과 홍보 판들이 여기저기에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되어 한 달이 지난 지금에는 이런 구호판들도 거의 사라져 버렸다는 것. 돌격대원들이 밤에 모두 훔쳐 땔감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동 사무소 간부들과 ‘95호 공장’ 간부들이 주민들을 모아 놓고 “봄에 나가서 새로 살림집들을 지어준다”고 선전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곳 마을에서 불과 10여리 떨어진 곳에 양강도 보천군 의화리 협동농장 8작업반이 있다.

의화리 8작업반 주민들도 지난 2003년 혜산-삼지연 김정일 전용도로가 마을 한복판을 지나가면서 집들을 모두 허물고 새로 지어주었다.

그러나 새로 지은 집들이 지붕과 벽체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온돌조차 놓아주지 않으면서 일부가 지금도 진흙바닥에서 사는 형편이다. 북한 시장에서 시멘트는 고가에 거래된다.

이러한 불만을 안고 살면서도 누구하나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아무리 의견이 많아도 ‘장군님을 모시는 사업’이기 때문에 말을 못하고 있다. 조금만 말을 잘 못하면 장군님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말 반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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