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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함경북도 청진시를 비롯한 도내 여러 곳을 잇달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8일 보도했다. 9일에는 함경북도에 새로 건설된 어랑천 1호 발전소를 시찰했다.
김정일의 잇단 함경북도 현지시찰은 적지 않은 궁금중을 불러 일으킨다.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진행중이고, 국제사회의 이목이 김정일에게 쏠려있는 마당에 중요한 군부대도 아닌 함경북도의 일반 시설을 시찰하여 더욱 주목된다. 핵문제나 한반도 군사긴장이 발생할 경우 김정일은 주로 군부대 방문을 해왔다.
김정일의 일반시찰 방문은 최근 함경북도가 처한 여러 상황과 맞물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함경북도는 김정일과 북한당국의 핵심이 있는 수도 평양과 멀리 떨어져 중앙의 지시와 통제가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약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북-중간의 긴 국경선을 가지고 있어 탈북자들의 가장 활발한 루트로 이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북한내 민심 동향, 또 북한당국이 외부에 정보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민감한 소식들의 외부통로로 이용돼 왔다. 최근에는 국경경비대 군인들의 집단 탈출과 화성16호 관리소 정치범들의 집단탈출과 같은 사건들로 확인되기도 했다.
또 북-중국경을 이용한 활발한 변경무역으로 함경북도 주민들은 북한의 어느 주민들보다 외부소식에 빠르며 또 함경북도는 북한 내부 사정이 외부로 가장 많이 유출되는 지역이다. 실제로 함경북도 주민들의 북한당국에 대한 반감은 어느 지역보다 높으며 북한을 탈북하는 탈북자의 비율도 타지역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단연 높다.
북한에 ‘한류열풍’을 알리는데도 함경북도 주민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있다.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 합법적으로 중국에 가는 사람들도 함경북도 주민들이 가장 많다. 이들에 의해 북한에 전해지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한국산 상품들은 한류열풍을 불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사는 북한주민 김영철(가명42세)씨는 1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진시에 불어닥친 한류열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미 2002년부터 우리 아파트내 많은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봤다. 명절이면 문을 걸어잠그고 가족들끼리 하루종일 한국드라마와 영화를 봤다. 테레비 드라마는 한 작품이 평균 20~30집으로 되어 있어 내가 1집부터 시작해서 보면 (서로 빨리 돌려보기 위해) 아랫 집은 30집에서 거꾸로 내려오며 보고, 옆집은 중간부터 보는 경우도 있다.”
그는 “우리 아파트 30세대 중에 최소 10세대 이상이 한국드라마와 영화를 봤다”며 “오죽하면 당국에서 한국드라마를 보면 처벌하겠다는 포고문(정부 공고문)이 내려오면 ‘그럼 청진사람들 다 잡아가야겠구만’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라고 말했다.
함경북도는 이미 6군단 사건(96년 6군단 정치위원과 고급장교들이 연루된 반정부 사건)으로 김정일과 북한당국에 큰 충격을 준 지역이기도 하다. 90년대 중반 대아사 시기 식량공급이 가장 먼저 끊긴 곳도 함경북도이며, 가장 많은 주민들이 탈북한 곳도 함경북도이다. 김정일에 대한 반감이 어느 지역보다 높은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 입장에서 함경북도는 암 같은 존재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8일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일이) 함경북도의 경제사업을 새로운 높은 단계로 추켜세우는데 나서는 과제를 제시했다”며 “함경북도는 금속공업과 채취공업을 가지고 있는 경제발전의 중요한 선행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함경북도의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과업을 철저히 수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김정일의 함경북도 시찰 이후 주민들에 대한 어떤 새로운 조치가 내려질지, 또 주민들의 민심동향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