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잇단 사법ㆍ치안기구 시찰 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1월 하순 우리의 경찰청 격인 인민보안성을 시찰한 데 이어 두 달만인 이달 하순 최고재판기관인 중앙재판소를 현지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이들 사법.치안 최고기구를 비공개적으로 다녀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시찰활동이 공개된 것은 지난 1998년 9월 ‘김정일 체제 1기’ 출범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말 17년 만에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단행하기 직전에 인민보안성을 시찰하고 두 달만에 또 중앙재판소를 처음으로 공개방문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가 다녀간 곳은 그 역할과 책무가 더욱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민보안성에 이은 이번 중앙재판소 시찰활동은 화폐개혁과 이에 따른 시장폐쇄 조치 등에 따른 사회적 불안과 민심이반을 막고 사법.치안기구를 통한 내부 통제를 한층 강화해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데 목적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명목상으로는 새로 건설된 법정과 중앙재판소 청사를 둘러보려는 것이었다고 하지만, 시찰 자리에서 그가 “사회주의 헌법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 법무생활을 일층 강화하여 우리의 국가 사회제도를 끊임없이 공고 발전시키며 사회주의 완전승리와 강성대국 건설 위업을 다그쳐 나가야 한다”면서 “사회주의 법을 구현하기 위한 법무생활을 강화하자면 사법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은 이를 방증한다.


북한에서는 화폐개혁 조치로 중산층이 경제적으로 매우 큰 피해를 본 데다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가난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 당국은 주민불만이 체제위협 요소로 작용하지 못하도록 내부통제를 엄격히 하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지난해 초 김 위원장의 3남 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한 후 후계체제를 더욱 확고히 구축하려는 것과 연관짓는 분석도 나온다. 체제불만 세력을 잠재위기 위해서는 치안.사법기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은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동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개정된 북한 사회주의헌법에 따르면 중앙재판소는 모든 재판소의 재판사업을 감독하며, 재판소의 임무 중 하나는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국가의 법을 정확히 지키고 계급적 원수들과 온갖 법 위반자들을 반대해 적극 투쟁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앙재판소는 지난해 6월 초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한 닷새간의 재판에서 ‘조선민족적대죄, 비법국경출입죄’에 대한 유죄를 확정하고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중앙재판소 소장은 형식상 북한 최고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하며 1998년 ‘김정일 체제 1기’ 이후 김병률이 줄곧 맡고 있다.


북한은 2심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일반재판에서 1심은 시.군 인민재판소에서 담당한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의 중앙재판소 시찰은 지난해 11월 공안기구인 인민보안성을 방문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사회질서와 법질서를 한층 강화하고 향후 후계체제 구축과 연계해 체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다른 한편에서는 외부에 북한이 법치를 중시한다는 선전용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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