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구상 등과 같은 새로운 협상틀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김정일이 핵포기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3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개최된 ‘북한체제변혁 가능성과 최근 동향’ 정책토론회에 참석, “북한은 핵개발을 체제 생존의 가장 강력한 보장책으로 간주해온 만큼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평화협정 체결 같은 현상유지적 타협책을 놓고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해제와 체제보장, 6자회담국가들이 제시할 포괄적 대북패키지안이 구체화되면 추가적인 핵과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중단함으로써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대결구도는 피하려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만든 핵 자체를 포기하거나 없앨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량살상무기의 완전 폐기와 관련한 협상은 지속하되 벼랑끝 외교, 살라미전술 등은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일의 건강이 회복됨에 따라 선군정치와 주체사상 등 체제 정당화 논리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후계 문제와 관련, “김정일 이후를 대비하는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준비 작업은 지속하되 공개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는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전후하여 후계 구도를 완성하고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하여 전통적인 당국가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체제 정당성의 핵심인 세습 승계구도에는 변화가 없을 뿐 아니라, 김정일의 직계 자손 중 가장 유력한 3남인 김정운으로의 권력 승계 작업은 목표연도로 보이는 2012년까지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후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점진적 개선을 우선하되 통일목표와 남북관계개선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비핵화, 북한 개혁개방 및 올바른 남북관계 발전 등 3대 추진 목표를 유도할 구체적인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호혜적이며 쌍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군사적 억지력은 유지하되, 각 분야의 개방에 점진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북한의 핵폐기와 정상국가화를 전제로 남북 기본조약을 체결, 남북 국가연합을 위한 기구 구성과 관련 법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급변사태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언급보다는 상황 변화에 따른 내부 치안확보와 긴급구호에 대한 인적, 물적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관리기구를 구성할 때”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득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한이 유화정책을 펼치는 이유에 대해 ▲북미협상 준비작업 ▲국제사회 제재 탈피 ▲극심한 경제난 해소 ▲노무현,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로 인한 위기의식 ▲북한 내부 통제 강화 등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체제불안정의 요인이 북한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급격한 변화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변화를 위해 주체적인 시각에서 조용히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