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인민위해 잠 안자?…올빼미 습관 불과

최근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일이 “밤을 새워가며 일하는 것은 나의 습관이다”고 발언한 것을 보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마치 인민들을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로 일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노동신문은 김정일이 지난 2월 하순 어느 도(道)의 한 책임일꾼에게 새벽 4시 20분에 전화한 내용을 소개하며, “내가 또 잠든 동무를 깨웠구만…나에게는 지금이 한창 일할 시간이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김정일이 낮보다 밤에 일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정일은 보통 저녁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3, 4시까지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은 자신의 야행성 업무 스타일이 김일성과 사업을 하면서 굳어진 습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일은 2000년 8월 방북한 남한 언론사 사장단에 “(나는) 모든 업무 보고를 새벽 3시까지 받아 반응을 종합해서 주석님(김일성)께 보고를 드리고 나면 새벽 4시가 된다. 이런 조직비서 생활을 20년간 해와 그게 버릇이 됐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밤늦게 일하는 것은 단지 낮과 밤이 바뀐 야행성 기질 때문이란 게 그를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은 김정일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밤 새워 집무실에 있다가 새벽에 관저에 돌아와 잠을 잔다”며 “(김정일이) 일어나는 시간은 대개 낮 12시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벽에 일하는 습관은 무엇이든 비밀리에 조직하고 일하는 김정일식 업무 스타일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김정일의 업무는 보고서를 읽고 결정하고 지시하는 것으로 ‘제의서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의서’(보고서)를 통해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측근을 비롯해 당과 내각 간부들을 도청한 결과를 매일 받아보는데, 이것을 읽고 곧바로 파쇄기로 없애기에도 밤 시간이 제격이라는 관측이다.

70년대 중후반부터 밤에 간부들과 파티를 즐기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간부들과의 술 파티 때문에 매일 자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져 밤과 낮이 뒤바뀌었다는 주장이다. 김정일이 ‘수면상 후퇴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김정일이 간부들과 술을 마시다가도 몰래 빠져나와 팩스로 들어온 보고서를 검토한다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타당성이 아예 없는 말은 아니다.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는 자신의 수기 ‘김정일 요리사’를 통해 “김정일은 참모들이 술에 곯아떨어지면 그때부터 새벽까지 집무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겐 영화를 보라고 하고는 슬쩍 빠져나와 팩스로 날아온 서류를 하나씩 확인하고 검토하는 등 새벽 3~4시까지 일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역시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간부들이 술에 취하면 자기만 몰래 빠져나가 팩시밀리로 들어온 보고서를 새벽 3~4시까지 검토한다. 궁금한 게 있으면 새벽에도 해당 부서에 직접 전화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일의 ‘새벽 전화’를 받고 답변을 잘하는 바람에 갑자기 부부장(차관급)으로 승진돼 덴마크대사로 나간 외무성 과장도 있다고 한다.

한편, 김정일의 이런 업무 스타일은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체제 우상화에 이용된다. ‘밤 11시에서 새벽 5시까지 집중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의외성과 대담성이 있다’는 식이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1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해 저무는 저녁까지 현지지도 길을 이어가시고 사람들이 깊이 잠든 새벽 2시, 3시가 넘도록 집무를 보시는 우리 장군님”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도 2005년 4월 김정일에 대해 “오전 1시를 초저녁으로, 이른 새벽을 일과 시작 시간으로 여기고 사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년을 하루와 같이 분초를 쪼개며 위대한 사색의 세계를 펼친다”고 찬양했다.

이 매체는 같은 해 5월 미국프로농구(NBA) 팬으로 알려진 김정일이 지방 시찰을 다녀온 후 평양에 귀환 새벽 2시30분께 체육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치러진 농구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서야 잠자리에 든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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