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지난 7일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UPR)’에 앞서 제출한 국가 인권보고서에서 자국 내에 인권문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인권문제를 구실로 자국의 내정을 간섭하는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데일리NK가 11일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인권보호’라는 구실 아래 공화국 공민들을 자기의 정부로부터 분열시키는데 목적을 둔 어떠한 움직임도 공화국을 전복시키고 자결권을 침해하려는 공공연한 시도”라며 인권문제 거론을 체제안정 문제와 연계시켜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촉구가 체제 내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인권문제가 체제 내 존재한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시인한 셈이 됐다.
북한은 국가 보고서를 통해 “어떤 종류의 정치적·경제적 제도를 선택하는 것은 그 나라의 인민들에게 달려있다”며 “공화국에 세워진 사회·정치적 제도는 조선 인민의 선택에 의한 사회주의 제도로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은 공화국에 대한 전면적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미국은 공화국 창건 초기 이래로 공화국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며 “미국은 역사적으로 공화국에 수많은 제재를 가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조선 인민이 인권을 향유하는 것을 심각하게 방해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공화국 내에 ‘인권’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증진시킨다는 구실 아래, 공민들 사이에 공화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부추기고, 그리하여 그들로 하여금 자기의 제도를 바꾸고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유도하려는데 목적이 있다”며 대북 라디오 방송과 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한 재정 지원 항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한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의 목표는 “인권의 참된 보호와 증진이 아닌 공화국의 이미지를 더럽히고 그것을 통해 조선인민이 스스로 선택하고 지켜온 이념과 제도를 없애려는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北 “인권이란 국가에 의해 보장된 자유”
한편, 북한은 보고서에서 인권에 대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인권이란 누구도 침해할 수 없고 양도할 수 없는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인민의 권리라고 말씀하셨다”며 “공화국 정부는 인권이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부여되고, 완전히 존중된 존엄성을 가지고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권리라고 여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은 양도할 수 없고 침해할 수 없는 인권의 타고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국가의 보장 아래서만 실현된다. 그것이 바로 공화국이 인권을 ‘국가 및 사회와 무관한 자유’가 아닌 ‘국가 및 사회에 의해 보장된 자유’에 대한 권리로 승인하는 이유”라며 자유권의 개념과 상충되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아울러 북한은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생명권, 집회·결사·신앙의 자유 등을 포함한 시민적·정치적 권리 ▲노동권·사회보장권 등을 포함한 경제적·사회적 문화적 권리 및 여성·아동·장애인 등 특정집단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북한은 앞서 지난 7일 열린 UPR 심의에서도 북한인권실태는 “자기를 키워준 조국을 배신한 사람(탈북자)들이 만든 얘기”라며 인권침해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또한 ‘북한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유린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주변국들의 지적에 “북한 헌법과 법률 어디에 인권유린을 허용하는 조항이 있는가. 과도한 선입견과 악평에 불쾌감을 느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