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이후, 절대권력 지도자 등장 어려워”

▲ 왼쪽부터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실장,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데일리NK

“김정일 후계자 3대 세습될 것이다” VS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될 것이다”

김정일의 건강 이상이 사실로 확인된 가운데, 북한의 권력구조 변화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19일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이 주최한 ‘북한권력구조 변화 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북한 내 후계구도가 어떤 형태로 추진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들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건강 이상으로 인해 북한 내 권력 구도가 재편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는 공감했다. 또한 현재 시점에서 김정일이 후계자 지명에 본격 나설 것이며, 김정일이 우선적으로 3대 세습을 고려할 것이라는 데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될 것인가의 여부, 후계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 기관이 어디인지를 두고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는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실장,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발표 순).

◆ ‘김정일 와병’ 중 北 권력구도 어떻게 변하나?

김근식 교수는 “절대권력자의 건강 이상이 북한 체제에 적지 않은 불안정 요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김정일 체제가 급속히 약화되거나 북한 시스템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전망하며 “이는 복귀를 전제로 한 최고 지도자의 와병 상황에서 군부나 당 실세 그 누구도 권력 투쟁이나 파벌싸움에 나설 수 없는 북한 수령제의 특징”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전처럼 과도한 업무를 직접 챙기기 힘든 상황에서 수령의 유일권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당·정·군의 역할분담 체계’가 가시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김정일)복귀 후 정책결정과 통치스타일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해도 수령의 절대 권력이 전제된 시스템의 ‘보완’일 뿐 권력의 ‘분산’은 아직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백승주 실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병상통치가 진행된다면 신상을 호위하는 호위사령부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실세로 평가 받던 군부 인사들이) 현장지도를 수행하여 권력실세라는 평판을 들을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호위사령부의 정치적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핵 불능화 중단과 핵시설 원상복구 조치를 시사하는 북한 외무성 발표 시점에 주목했다. 이 문제는 유사시 김정일이 부재한 국정공백 상태에서 누가 정책 결정권을 갖고 있느냐와 결부되어있다.

이에 대해 “지난 8월 26일의 외무성 성명은 김정일이 최종 결정 했을 것”(유호열), “수령의 복귀가 가능한 상태에서 대미 협상 관련 중요 결정을 군부가 독자적으로 할 가능성은 없다”(김근식)는 등의 분석도 나왔지만, “당 비서국과 정치국에 동시에 몸을 담고 있는 전병호가 결정했을 것”(백승주)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 김정일 이후 후계자는 누가 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북한 후계 구도와 관련, 대부분 3대 세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김정일 권력의 안정적 유지와 퇴임 후 안전을 위해 혈통 세습은 아직도 중요한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아있다”며, 그러나 “향후 후계가 혈통 승계로 된다는 시나리오에 따른다 하더라도 후보 인물 모두 일정한 하자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남의 경우 정식 부인이 아닌 유부녀의 자식이라는 점과 일본 밀입국 사건 등의 부정적 이미지 ▲김정철은 조국이 아닌 서방에서 학교를 다님 점과 김정일이 여성스럽다고 불만을 갖고 있는 점 ▲김정운은 형제간 서열 파괴의 부담이 만만치 않으며 ▲김설송은 당에서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유일한 경우라고 분석되지만 여성이라는 점이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도 “김정일 위원장의 직계 자손 중에서 세습할 가능성은 있으나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절대 권력을 행사할 지도자의 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백 실장은 “현재 거론되는 승계후보 중에서 권력기반 측에서 장성택-김정남이 가장 유리하다”며 “5년 이내 단 기간에 권력승계 요인이 생길 경우 김정남-장성택에게, 5년 이상 승계 문제가 미루어질 경우가 김정철-김정운 형제에게 기회가 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노동당 비서국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군부가 승계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김정일의 기술비서 김옥은 김정일의 유고 후 초기상황 장악에, 김경희는 원로그룹의 지원 형성에 일정한 영향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승계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군부 기관은 국방위원회, 당 중앙위원 군사위원회, 군총정치국장, 호위사령부로 상정할 수 있다”며, 그러나 국방위원회의 경우 “국방위원장 이외의 위원들 역할, 사무처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의미있는 정치적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교수는 “지금 북이 처한 객관적 상황과 국가적 과제를 염두에 두고 수령을 계승하는 것은 오히려 혈통보다 제3의 인물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 교수도 “만경대-백두산 혁명가계가 조선조 왕조처럼 김정일 아들 중에 한 명이 수령을 계승하되, 수령은 군림하고 통치는 내각 총리 등 전문기술관료가 전담하는 일본 천왕제를 모방한 수령제 국가를 지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 ‘집단지도체제’는 가능한가?

김 교수는 “수령제 시스템이 북한 사회주의의 확고한 원리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수령의 역할을 다수가 대신하는 집단지도체제는 북한에게 받아들이기 힘들고 익숙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권력의 속성상 수령제 이후 집단지도체제는 당연히 급속하게 1인 권력으로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이 과정에서 북한 지도부는 심각한 갈등과 유혈사태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포스트 김정일이 체제관리형일 경우나 김정일만큼의 인격적 카리스마가 결여될 경우는 ‘형식적인 완전승계’에도 불구하고 내용적으로는 제한적 1인 지배체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집단지도체제 형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백 실장은 “중국의 경우를 봤을 때 의전(儀典)적으로 집단지도체제로 갈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김정일이 생존한 상황에서 군부 간 권력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갑작스런 유고가 발생할 경우 우선은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 등 친인척을 중심으로 한 과도적 리더쉽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방위원회가 우리의 비상계엄체제 운영과 비슷한 형태로 전면에 나서 치안유지 등 위기관리체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옹립할 때까지 군부집단체제를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 교수도 “장성택 당 행정부장 등 친인척의 후견 하에 국방위원회와 당 중앙위원회, 당 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집단적 지도체제가 구성되어 합의제 형식의 통치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미-북 핵 협상 및 남북관계 전망은?

유 교수는 “최소 3~6개월간 핵문제 해결에서 불능화 조치 중단을 전제로 미국 부시 행정부와 막판 힘겨루기를 통해 차기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새로운 협상 의지를 구축할 것”이며 “남북관계는 당분간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에 국한된 현상유지 정책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북한 급변사태의 발생 가능성이 실재한다는 것은 흡수통일은 하지 않는다는 햇볕정책의 원칙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며 “흡수통일과 같은 전격적인 상황변화에 대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인식과 준비태세 확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남북관계를 북한의 상층부 및 지배 엘리트 위주로 추진하기보다 대다수 ‘자력갱생’하는 북한 인민들과 탈 김일성-김정일 유일지배체제를 희구하거나 유사시 남한으로의 통합을 상정하는 북한의 신엘리트 계층이 발현할 수 있도록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 교수는 “북미 간에는 뉴욕 채널 등을 통해서 접촉을 지속하면서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마지막 중간결산을 시도하고 있다고 봐야한다”며 “미국이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점도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적어도 북핵 불능화를 완수하고 3단계 핵폐기 협상을 다음 정부로 넘기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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