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이미 ‘큰 게임’에 돌입했다

▲ 200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모습(사진:연합)

북한은 이미 핵문제가 유엔안보리에 상정되는 경우를 예상하고 핵보유 및 양산(量産)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93-94년 1차 핵위기 때 북핵문제가 유엔안보리에 상정되어 결국 미-북 간 제네바합의로 김정일은 ‘장사’에 크게 성공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2차 핵위기도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1차 핵위기 때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1차 북핵위기는 ‘핵개발 의혹’이었다. 2월 10일부터 새로운 국면에 들어간 2차 위기는 ‘핵보유’로 인한 위기다. ‘의혹’과 ‘보유’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김정일로서는 ‘장사’의 단위를 1차 위기 때보다 훨씬 높일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02년 10월 핵프로그램 시인 이후 2년 이상 시간을 벌어오며 핵개발을 지속해왔다. 북한의 현재 핵능력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의 보유추정 핵무기는 1, 2개(남한 정부)~15개(미 국방정보국) 정도로 격차가 크다.

김정일, ‘핵무기값’ 상승작전 돌입

유엔안보리로 가는 과정에서 북한 핵보유 문제가 더 크게 국제이슈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언론과 국민들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부시 정부가 북핵 해결의 압박을 받는 최고치의 시기가 김정일의 ‘핵무기 값’도 최고치를 기록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유엔안보리에서 논의되는 과정에 북한은 ‘자연스럽게’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든가, 아니면 그 이후 핵실험 등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도 ‘늦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역설적이지만 9.11 테러 이후 김정일의 ‘핵무기 값’은 국제적으로 더 치솟고 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질수록 김정일의 핵무기 값도 올라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3월 10일 프랑스에서 열린 EU회의에서 유럽연합이 6자회담 참가를 희망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북한이 즉각 환영의사를 표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최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보도된 “현재 세계판도는 조(북)-미 사이의 대결구도”라는 논평도 북핵문제에 세계적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월 10일 핵보유 및 양산선언 이후 김정일이 보인 외교 행보는 중국과 러시아에 더욱 집중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6자회담의 구도를 미-일 對 북-중-러-한의 2대 4 구도로 바꾸고, 유엔안보리 상정 후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반대하도록 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동북아 정세, 완전 새 국면으로

김정일이 노리는 ‘큰 장사’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국제사회로부터 공식인정 받고, 이를 토대로 동북아 정세를 새로운 국면으로 바꾼 다음, 남한과 일본에 대한 핵인질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핵보유가 공식 확인됐을 경우, 북한은 핵이 없는 남한과 일본을 상대로 정치・경제적으로 ‘요리’할 수 있는 카드가 매우 다양해진다. 특히 남한을 핵인질로 완전히 묶어둔 상태에서 각종 경제지원 요구는 물론, 한미동맹 해체 등 미국이 한반도에서 손을 떼는 문제까지 들고 나올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김정일의 ‘의도’와 현실적인 ‘실행능력’은 별개의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94년 이후 김정일의 핵전략은 성공을 거두어 왔다. 95년부터 대량 아사시기를 거치면서 거의 붕괴 직전까지 갔던 김정일 정권은 10년 동안의 핵전략으로 위기를 견뎌왔으며, 이제 새로운 게임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이미 ‘판’을 크게 벌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동북아 정세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The DailyNK 분석팀

[김정일 핵전략]

전문은 4월 초 발매예정인 <시대정신>에 수록됩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