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이 생모 김정숙의 고향인 함경북도 회령시를 방문, 회령기초식품공장, 회령대성담배공장, 중앙은행 회령지점, 김기송회령제1중학교 등을 두루 시찰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25일 전했다.
앞서 중앙통신이 지난 21일 김정일이 함경북도 청진시의 김책제철연합기업소와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한 것으로 보도한 바 있어, 줄곧 함북 지역 내에 머물며 경제시설 등을 시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함북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장(화대군 무수단리)이 있는 곳으로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김정일의 공개 행보가 더욱 눈길을 끈다.
일단 김정일의 이번 행보는 최근 경제관련 시찰에 중점을 둔 일련의 공개 활동의 연장선상으로 읽혀진다. 예년에 비해 2배 가까운 현지 시찰 행보는 내외에 확산된 자신에 대한 ‘와병설’을 불식시키며 건재를 과시, 체제 이완을 방지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를 직접 독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김정일이 23일 미사일 발사를 관할하는 부대(9군단) 예하부대인 북한군 264대연합부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분석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현성일 국가안보통일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일상정인 현지 시찰일 뿐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행보는 아니다”며 미사일 실험발사와 연계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함북 출신 한 탈북자도 “김정일은 2~3년에 한 번씩 1호열차(김정일 전용열차)를 타고 함경북도를 방문했다”면서 “북한 경제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지 지도를 강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함경북도에서 현지지도를 진행할 때는 주로 기차에서 숙식을 하면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은 회령 방문에서 오산덕에 있는 김정숙 동상을 찾아 경의를 표시한 뒤 “세대가 바뀌고 혁명이 심화될수록 혁명전통 교양은 더욱 중요하게 제기된다”며 각급 당 조직과 근로단체 조직에서 사상교육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이어 회령기초식품공장에선 생산을 부단히 늘리고 생산된 기초식품을 제때에 공급할 것을 지시하고, 회령대성담배공장에선 직접 시연(試煙)까지 선보이며 이 공장 담배가 북한 군인들에게 공급되는 것을 지적, 높은 원군정신을 안고 지혜와 정성을 다 바칠 것을 강조했다.
이번 시찰에는 홍석형 함북도 당책임비서, 김기남 당 중앙위 비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박남기 당 부장, 리재일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이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