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조달러의 덫에 결국 걸린다

미국 재무부 청사

김정일은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동지들과 6자회담 과정에서 조성된 난관을 극복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발표했다.

또 두 정상은 6자회담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핵문제의 궁극적인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했다.

김정일이 언급한 ‘난관’은 북한의 위조달러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일의 이 발언은 금융제재에 대해 중국의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위조달러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법을 어긴 중대 범죄행위로 보고 사법적 질서 안에서 해결하고자 한다. 사안 자체가 6자회담 등 외교적인 문제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위폐-핵문제는 법적으로 연계 불가능

그러나 김정일은 이 ‘난관’을 중국의 동지들과 함께 극복하겠다고 했다. 이 말은 위조달러 문제를 중국과 함께 ‘외교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컨대 김계관이 언급한대로 북한 내 개인이나 개별기업이 저지른 짓이므로 이들을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줄테니 금융제재를 풀어달라는 방식이다.

그러나 각종 위조달러 적발사례나 주요 탈북자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위조달러를 찍어온 것은 명백해 보인다. 북한에 ‘개별기업’이랄 것도 없을 뿐더러, 더욱이 기업이나 개인이 조폐용 기기, 잉크, 종이를 수입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18일 미 공영방송 NPR은 미 국무부를 포함한 연방 14개 정보기관이 2001년부터 조사한 결과 북한정권 차원에서 위조달러 제조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또 이 문제로 인해 미 국무부 안에서 강온파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건파는 이같은 정보를 토대로 북한에 압력을 넣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강경파는 김정일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문제와 위폐문제를 연계해서 처리하자는 주장은 미국 내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18일 래리 닉쉬 미 의회조사국 연구원은 “설사 개인이 저질렀다는 주장을 미국이 받아들인다 해도 복잡한 법률문제가 뒤따른다”며 “미 당국은 범죄인의 신병인도와 사법처리를 요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경-온건 대립도 법적 테두리에서 해법 찾을 수밖에

위조달러에 대한 수사권은 미 연방 재무부가 갖고 있다. 미국은 정부 수립후 연방제 하에서도 위폐방지 등 화폐통합관리를 확보하기 위해 연방 재무부에 수사권을 부여했으며, 남북전쟁 등 어수선한 시기에도 위조달러 방지를 위한 재무부 수사팀의 활약은 대단히 컸다. 이 때문에 재무부 수사팀에 우수한 인력들이 배치됐으며, 총잡이들의 실력도 가장 뛰어났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금도 미 백악관 경호팀에 재무부 수사팀 경호원들이 파견 나가는 전통을 잇고 있다.

따라서 미 국무부 온건파가 위폐문제와 핵문제를 연계하자고 주장해도 재무부는 위조달러에 관한 한 미국법에 의거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달러관리에 관한 문제와 핵문제를 연계하기가 법적 질서 안에서는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재무부와 사법당국은 위폐제조 경위, 위폐기계 적발 및 폐기, 위폐제조 가담자 사법처리 등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이 위조달러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의도 자체가 뭘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김정일식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미 재무부와 사법당국이 북한에 가서 수사하기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의도하는 꼬리자르기식의 ‘외교적 해법’도 가능하지 않다.

결국 미국은 법률에 따라 핵 따로, 위폐 따로의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위조달러의 덫에 걸린 것이다. 김정일은 부시를 향해 ‘미국의 수령이 그것도 하나 해결 못하느냐’고 투덜댈 수 있겠지만, 그것이 미국 법치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데일리NK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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