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선전 행보와 北 경제특구 벨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와 선전(深천<土+川>) 일대를 집중적으로 시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경제특구가 새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광저우와 선전이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가 향후 북한 경제특구개발과 밀접한 관련돼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지 소식통은 15일 “김 위원장의 광둥성 동선(動線)을 잘 분석해 보면 중국 경제특구에 대한 학습뿐 아니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특구에 대한 일종의 투자유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단순히 중국식 시장경제의 노하우를 배우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북한 경제특구에 중국기업들이 더 많이 진출해줄 것을 요청하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에는 개성공단을 비롯해 남포, 신의주, 원산, 금강산, 나진.선봉 지역에 특구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개성-남포-신의주로 연결되는 서해안 지역이다.

개성공단의 경우 남한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김 위원장이 현재 시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선전특구는 개성공단과 유사점이 적지 않다.

1979년 중국의 첫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초기 노동집약형 산업을 거쳐 현재는 하이테크 산업이 집중돼 있지만 그 인근에 있는 둥관(東莞) 지역은 봉제 등 위탁가공 중심의 노동집약형 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은 이곳 방문을 통해 선전의 변화과정을 체득하고 북한의 경제특구, 특히 개성공단의 단계적 경제발전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선전은 중국의 첫 경제특구로서 개발 초기에 해외 화교나 대만자본이 많이 유입됐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시사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선전과 개성은 지리적으로 접경지역에 위치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일각에서는 대만자본이 집중된 샤먼(廈門)특구에도 김 위원장이나 경제실무진이 방문한 것으로 전하고 있는 점을 보면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측의 개발의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 일행이 선전(주하이 등 포함)-샤먼-상하이 등 동부 연안지역을 차례로 훑어본다면 이는 개성공단에 이어 평양 인근 남포, 나아가 서해안 최북단 신의주로 연결되는 ‘서해안 경제특구 벨트’를 본격 개발하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광둥성 선전에서부터 시작된 개혁.개방을 동부해안을 끼고 북상(北上)시킨 것과 유사성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 2002년 9월 야심차게 출범시켰던 신의주 특별행정구는 초대 특구 장관으로 임명됐던 양빈(楊斌)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이 중국 당국에 전격 구속돼 좌초되는 과정을 통해 북한에 많은 교훈을 주었다는 후문이다.

다시 말해 확실한 자본투자유치계획 없이 특구를 추진할 경우 쉽게 좌초하고 만다는 점을 체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한이라는 자본창구가 확보된 개성공단의 성공을 도모하면서 중국자본을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정책흐름을 잡아 신의주까지 경제개발붐을 유도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저장(浙江)과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장쑤(江蘇), 광둥(廣東)성에 있는 중국기업들이 북한시장을 노리고 활발한 진출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 일행이 이들을 향해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특구를 활용해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게된다.

북한에는 이미 중국자본으로 건설된 대안친선유리공장과 평양자전거합영공장이 등장해 있다.

북한이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서 결정적인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상기한다면 올 상반기 ‘서해안 경제특구벨트’를 축으로 한 북한식 개혁.개방의 바람이 강하게 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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