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왕자루이에게 `다’ 보여줬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3일 방북중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장갑을 벗은 왼손을 보여주는 등 손끝부터 발끝까지 밖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드러냈다.

그가 지난해 8월 중순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던 것으로 알려진 후 외부 세계가 궁금해하던 그의 현 건강상태에 관해 비록 외관이긴 하지만 상당한 정보를 제공한 셈이다.

왕자루이 부장은 사진상 다소 불그스럼한 색을 띤 부은 듯한 왼손은 물론 김 위원장의 어조, 목소리의 힘, 성량, 발음, 머리숱, 걸음걸이, 악수할 때의 손아귀 힘, 얼굴 색과 웃을 때 입주위를 비롯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건강정보를 챙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파악한 이들 정보가 한국, 미국 등 정부와 어느 정도나 공유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자신들과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의 대북 정책 수립에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공개 시찰활동에 비교적 활발히 나서 외부세계에 건강회복을 과시했던 김정일 위원장도 이 점을 알기 때문에 왕자루이의 방북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신임 대통령과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또 북한 언론매체가 아닌 중국의 신화통신이 찍은 사진 10장을 통해서도 자신의 외관을 공개, ‘건재’를 재확인시켰다.

그동안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김 위원장의 사진들에 대해 북한 매체들에 대한 불신도 작용해 일부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진들이 이번 신화통신의 사진들로 검증된 셈이다.

이날 북한의 조선중앙TV와 중국의 신화통신 사진들 속 김 위원장은 와병설 이전에 비해 다소 수척해진 모습에 그동안 공개됐던 다른 사진들에서처럼 왼손이 다소 부자연스럽고 손등과 손가락이 부은 듯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상적인’ 자세다.

그는 지난해 11월 이래 외부 시찰 때 왼손은 대부분 상의 호주머니에 넣은 채이거나 두툼한 장갑을 끼고 아래로 축 늘어뜨린 모습이었고, 지난해 12월 1일 공군 부대 시찰 사진에선 양손을 머리 높이로 들어 박수를 치기도 했으나 거의 전부 왼손은 활발한 동작을 보여주는 오른손과 달리 정적인 상태였다.

이번 사진에서 그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로 보이는 빨간색 표지의 큰 문서를 왕자루이 부장으로부터 받을 때 오른손으로 문서를 잡고 왼손은 팔을 약간 구부린 채 문서를 밑에서 살짝 받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왼손으로 잡는 모습은 여전히 보여주지 못했다.

사진상 얼굴은 다소 수척한 듯 하지만 안색은 비교적 좋으며, 머리숱은 와병설 이전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카메라 조명과 각도 등의 변수가 있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다.

김영인 강남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부은 듯한 왼손에 대해 “마비가 되면 신체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며 “동맥에서 정맥으로 피가 보내지고 남은 것은 임파선으로 보내져 몸이 붓지 않도록 하는데 그런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니 실제로 부은 것일 수 있다”고 말하고 “또 왼손에 마비가 있었을 경우 평소보다 운동을 덜 하게 돼 자연스레 더 부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배가 다소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해선 “평소 당뇨 증세등 여러 질병이 있는 데다 이번에 건강이상으로 쓰러진 뒤에는 건강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여 빠진 것일 수 있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원인에 의해 빠진 것일 수도 있다”고 신중하게 견해를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팔을 구부린 모습이 조금 어색해 보이고 얼굴도 과거보다 다소 수척해진 것 같아 아직 건강이 완벽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지만 혈색은 비교적 괜찮다”며 “이 정도 근거리에서 외국 인사를 만나 대화를 한 것으로 미뤄 현재 건강은 정상적인 통치를 하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인 듯 하다”고 말했다.

중국 신화통신을 통한 사진 보도는 “김 위원장의 건재와 함께 정상적인 통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 언론보다 신뢰성있는 외국 언론이라는 수단을 통해 외부에 보여줌으로써 선전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양 교수는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