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와병’ 입다문 미국…“北 안심시키려는 신호”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미국의 차분한 반응은 북한 내의 예측 불가능한 혼란과 파문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며 북한 내부의 우려를 안심시키는 ‘신호(Signal)’을 보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존 페퍼 미국 정책연구소 외교정책 담당 국장은 16일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로 파문을 일으키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차분한 반응은 북한의 정치적 혼란을 미국이 이용하려들지 모른다는 북한 내부의 우려를 안심시키는 일종의 ‘신호(Signal)’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페퍼 국장은 이 같은 미국의 대응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 이후 성향을 알 수 없는 인물이 북한의 지도자로 부상했을 경우와, 더 나아가 정권몰락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혼란 등 예측불가능성을 극대화되는 상황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이뤄온 북핵 협상의 성과를 위기로 몰고 가지 않으려는 의도 역시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을 위협하는 강력한 발언이나, 세습 또는 후계 구도와 관련한 추정 등 자극적인 행동으로 북핵 협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는 것을 (미국은)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안보 문제 전문가인 마이클 딘 박사도 이번 미국 정부의 반응은 한국이나 중국 정부과 비교해 이해관계와 우선순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딘 박사는 “미국은 북한에 어떤 사태가 발생하던, 또 누가 지도자가 되던, 한반도 비핵화 분야에서 이뤄져온 긍정적인 활동들을 계속해 나가고, 사회 안정을 유지하며, 군사적 도발을 막기를 원한다”며 “조용한(low-key) 외교를 통해 지금까지 이뤄져온 활동들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이해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과 중국이 대량 난민 유입과 그에 따른 인도적 구호 지원 등 북한의 위기 사태로 인한 영향이 훨씬 더 크고 직접적일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이처럼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사태 진정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며 “북한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미국이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등 상황을 ‘자극해서(inflame)’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 정부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정부는 위기감을 크게 조성하지 않고 조용히 대응하는 것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0일 백악관의 대너 페리노 대변인은 “북한이 그들의 지도자의 건강 문제에 대해 말 할 수 있을 때까지,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며 건강 이상설에 대한 확인을 거부한 바 있다.

미국 정보 당국도 한국 정부와는 대조적으로 백악관과 국무부 등에 김정일의 상태를 보고할 때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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