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김정일의 경제 관련 시찰은 꾸준히 증가했으나 군부대 시찰은 급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일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일의 2011년 상반기 공개활동은 총 63회로, 이 중 경제 분야가 28회, 군 14회, 대외 7회, 기타 14회로 경제 관련 공개활동이 가장 많았다. 경제 분야 중에서도 경공업, 농림수산 분야의 공장·기업소 등에 시찰이 집중됐다.
이는 공개 활동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77회)의 80% 수준으로, 경제관련 공개활동은 전체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5%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일은 2008년 이후로 경제분야의 활동을 계속 늘려오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 이루어진 공개활동은 역대 같은 기간의 공개활동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김정일 공개활동 통계. /그래픽=김봉섭 기자 |
반면 군과 관련한 활동은 14차례로 역대 공개활동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군부대와 관련한 공연 관람이 대부분이고 군부대 현지 지도는 현재까지 단 한차례(2월 2일, 인민군 제6556부대)에 그쳤다. 지난 해 같은 기간 군부대 시찰이 7차례 이뤄졌던 것에 비해서는 비중이 매우 줄어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일이 경제 분야 현지지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경공업 발전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을 내세웠던 것과 연관해 인민경제를 챙기는 행보를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정일의 군부대 시찰이 현격히 줄어든 것은 지난해 9월 당대표자대회서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후계자 김정은의 역할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즉 김정일은 경제, 김정은은 군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1980년 이후에도 김일성은 경제, 김정일은 군 관련 관리 감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의 공개활동(김정일 수행) 총 35회 중 86%가 군과 관련된 활동에 집중됐다. 주로 정치·군사분야 위주로 김정일을 수행한 것이다.
특히 김정일의 군 관련 공개활동 14회 가운데 김정은이 12회나 수행,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서 군 챙기기 행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김정일의 군 시찰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군 관련 분야를 김정은에게 전담하도록 했기 때문”이라면서 “당 직책에 맞게 김정은이 군을 챙기게 하는 동시에 경제 부진의 책임에서는 벗어나게 하기 위한 것”이라라고 분석했다.
통일부 역시 김정은의 군 관련 공개활동이 많은 이유에 대해 “김정은의 공식적인 직책이 당중앙위원회 군사부위원장으로서 군사와 관련된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일의 최근 공개활동이 현지 시찰이 아닌 공연 관람에 집중되고 있고 지난 달에는 김정일 와병 이후 최장기간(14일~30일까지) 공개 행보가 보도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를 두고 김정일의 건강 악화에 의한 외부 활동 축소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중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김정일은 6월 공개활동(5회) 중 중국 공산당 대표단 접견(13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움직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공연 관람에만 얼굴을 비췄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아무래도 중국을 다녀오고 무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상 무리를 줄 수 있는 현지지도는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올 상반기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상반기 수행한 인물은 총 54명으로 여동생인 김경희(48회) 당 경공업부장의 수행 횟수가 가장 많았다.
김경희의 남편이자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45회) 국방위 부위원장이 2위를 차지해 여전히 패밀리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남·태종수 당 중앙위 비서(43회), 주규창(38호) 당 중앙위 부장 등이 뒤를 이었고, 김정은은 35회로 6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