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임명

북한이 김정일 명의의 결정문을 통해 오극렬(78) 노동당 작전부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극렬의 노동당 작전부장 겸임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정일은 국방위원장과 당 중앙군사위원장 명의의 결정문을 통해 “오극렬 동지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조선인민군 대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0일 전했다.

이번 인사는 최근 인민무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영춘 전 부위원장의 자리를 채우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국방위원회 조명록 제1부위원장과 리용무 부위원장 등이 모두 고령과 건강의 이유로 실질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오극렬의 인사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선 노동당 작전부장을 역임한 그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돼 군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가 고령이라는 점과 국방위원회가 특별한 실권이 없는 형식상 기구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따라서 최근 일련의 군 체제정비의 연장선상에서 ‘빈자리 채우기’ 인사로 풀이된다. 김정일은 북한군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핵심 요직인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을 최근 임명한 바 있다.

오극렬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과의 갈등 끝에 단천시 당책임비서로 좌천되기도 했지만 김정일의 보호로 살아남았다’는 김정일 최측근설이 있는 반면, 김평일·장성택과 관계가 돈독해 김정일의 ‘눈 밖에 있다’는 설도 있다.

오극렬은 1931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나 만경대혁명학원을 거쳐 옛 소련의 프룬제 군사대학에서 유학했으며, 공군대학 학장과 공군사령관을 거쳐 1979년 군 총참모장에 올랐다가 1989년부터 노동당 작전부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북한군의 현대화를 위해 1985년부터 1988년 사이 옛 소련군의 고위간부를 인민무력부에 고문으로 영입하는 시도를 하거나 군대내 정치기관을 축소하고 인민무력부 국들을 통합하는 작업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러시아에 군사유학생을 대거 파견하고 전자전 장교 육성을 목표로 ‘미림대학’을 창설하기도 했다.

오극렬은 작년 6월18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정일의 당 사업 개시 44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 얼굴을 드러낸 것이 공개 활동의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