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영생구호 ‘오락가락’…지도체계 구멍?

김정일의 사망이 공식 발표된 지 나흘째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김정일 추모 행렬을 조직하는 동시에 노동신문 등 선전 매체를 총동원해 김정일 우상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애도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정은과 새 지도부의 불안정성이 드러나는 모습이 일부 발견되고 있다.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김정일 선전문구. 위로부터 20일, 21일, 22일.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20일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영정사진과 함께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생할 것이다’는 새로운 구호를 게시했다. 이후 21일에는 ‘영생불멸할 것이다’며 ‘불멸’이라는 문구를 보충했다.


하지만 22일 신문에는 ‘불멸’이라는 문구가 다시 빠지고 “위대한 김정일 동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 속에 영생할 것이다”는 구호가 게시됐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사망한 김정일을 어떻게 선전할 지에 대한 뚜렷한 지휘체계가 없다는 점까지도 짐작케 한다.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에는 김정일이 모든 문제를 다 지시하고 집행에 대해서도 직접 관리했다. 그만큼 김정일은 북한의 당과 군, 내각을 확실히 장악해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당시 김정일은 김일성의 영정사진을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민들의 심장에 남는다”며 ‘태양상’이라고 부르라는 지침을 내렸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도 제시했다. 이 같은 구호는 노동신문 등 각종 선전수단에 그대로 활용됐다.


때문에 노동신문 구호가 바뀐 것은 북한 지도체계가 노동당의 선전물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로도 연결된다. 앞서 김정은과 고위 간부들은 시신 참배 과정에서 ‘상주완장’을 차지 않았고, 장례위원회 규모도 오진우 인민무력부장 때보다 적게 구성하는 등 미숙한 모습을 보였었다.


또한 김정일은 앞서 ‘이 세상에 영원한 수령은 김일성 동지밖에 없다’고 했기 때문에 생전에 수령과 같은 역할과 지위를 누렸던 김정일이라 할지라도 ‘수령’과 같은 존칭이나 구호를 사용할 수 없다. 때문에 김정일에 합당한 구호를 찾는 문제에 지도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정일의 과도한 ‘김일성 신격화’가 사후(死後) 자신의 우상화에 발목을 잡은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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