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여자 성혜림 보면 리설주 운명도 보인다

올 가을 음란물 촬영으로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은하수관현악단 단원들 조사 과정에서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가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선 북한 최고지도자의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당시 리설주라는 이름은 네이버 검색 상위 순위에 오르는 등 북한 최고지도자 부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20년 넘게 북한 담당기자로 활동해 온 이영종 중앙일보 기자가 최근 북한 최고 권력층 여인들을 추적한 ‘김정일가(家)의 여인들: 평양 로열패밀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펴냈다. 사실 지난 수십 년간 김일성-정일로 이어진 북한 권력자들의 여인은 철저한 베일에 싸여 있었다.


책은 바로 현대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곳, 미스터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은밀한 세습이 이루어지는 북한 최고 권력자들의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춰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충분하다.


또한 20년 동안 북한 관련 취재 경험을 살려 베일에 가려진 북한 최고 권력자들과 권력층 여성들의 면면을 날카롭게 추적하고 있다. 특히 소식통으로부터 전해지는 풍부한 에피소드는 일독 과정에서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한다.


책은 김정일로부터 버림받은 비운의 첫사랑 성혜림(김정남의 생모) 얘기에서 시작된다. 남편 김정일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려 타국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 성혜림의 얘기를 읽다 보면 앞으로 전개될 로열패밀리 여인들의 운명을 예감할 수 있다.


성혜림 이야기뿐만 아니라 김일성의 여인 김정숙·김성애, 김정은의 생모로서 28년간 김정일의 퍼스트레이디였던 만수대예술단 출신 무용수이자 ‘조선의 어머니’로 신격화된 고영희, 김정일의 최후를 지켜 한때 ‘김정일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렸던 김옥의 이야기도 다룬다.


여기에 김정은 체제의 권력기반을 다지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후견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고모 김경희, 서방 유학경험을 토대로 오빠 김정은의 새로운 지도자 이미지 연출을 총기획하는 김여정, 평양의 신데렐라로 화려하게 등장해 황태자 김정은을 사로잡은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이야기도 등장한다.


북한 권력자들의 퇴장 또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김 씨 일가 여인들은 역사의 현장에서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당연히 이를 모를 리 없을 김정은 정권의 여인들이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책은 그런 점에도 주목하며 김정은 여인들의 정치적 운명에까지 시선을 두고 있다.


더불어 책은 김정일가에 속한 여인들을 소개하는 차원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 정권의 3대 세습 과정과 이에 따른 권력구도의 재편을 다른 각도에서 살피기도 했다.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가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을 데뷔무대로 삼았다는 점, 리설주가 김정일 시대에는 없던 짧은 치마에 가슴 위를 드러낸 의상을 입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점은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평양 로열패밀리 여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때문에 저자는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보려면 이제 평양 로열패밀리 여인들의 생각을 읽고 그들의 발걸음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정은 시대 등장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북한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요구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북한 권력구조를 바라보길 원하고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전망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김정일가의 여인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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