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양복 입으면 더 배불뚝이?

▲ 양복입은 김정일 모습. 즐겨 신는 키높이 구두도 눈에 띈다.

김정일은 왜 양복을 입지 않는걸까?

그가 항상 입고 다니는 황토 빛의 점퍼는 곱슬곱슬한 머리와 함께 김정일을 상징하는 대표적 복장이 됐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의 모습이 집중적으로 국내 언론에 비춰지면서 한때 이 점퍼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었다.

외부 노출이 극도로 적은 김정일이 그나마 언론에 모습을 비출 때는 군부대 방문이나 외국 지도자들과의 정상회담 때다. 군부대 시찰이나 국내 업무를 관장할 때는 몰라도 외국의 국가 수반을 맞이하는 자리에서도 이 점퍼를 벗지 않는 걸 보면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도 같은데…

조선일보 강철환(북한민주화운동본부 공동대표)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김정일이 양복을 입지 않은 이유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강 기자는 “나 자신도 북한에 있을 때 왜 저 사람이 양복을 안 입을까 궁금해 한 적이 많았다”며 “김 위원장이 양복 입은 모습은 아주 드물지만 이렇게 양복 입고 있으니 사람이 달라보이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는 “개인적 생각이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인데 정상회담과 같은 큰 행사 때에는 그래도 양복을 입어주는게 예의가 아닌가 싶다”며 “김정일 위원장이 양복 입는 날은 북한이 개혁개방 되거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신체적 콤플렉스 감추기 위해 양복 안 입어

김정일이 양복을 입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신체적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다수다.

강 기자는 고위 탈북자의 증언을 빌어 “김정일은 독일제 최첨단 방탄 조끼를 항상 입고 다니는데, 이 방탄 조끼를 입으면 자신의 불룩 튀어나온 배와 맞물려 너무 튀어나와 보이기 때문에 절대로 양복을 입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탈북자 김영철(가명)씨는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점퍼 차림을 좋게 보는 사람도 있고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다”며 “(김정일이) 키가 작기 때문에 양복이 어울리지 않아서 항상 점퍼를 입는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 김정일이 애용하는 ‘인민복’ 차림. 계절별로 옷의 길이와 두께만 다르다. ⓒ연합

북한에선 김정일의 점퍼를 ‘인민복’이라고 부른다. 점퍼의 ‘인민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인민대중과 함께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고도의 자기연출로 볼 수 있다.

강 기자는 “자신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점퍼 스타일의 옷은 아첨꾼들인 간부들이 따라 입기 시작했고, 전국의 남자들도 웬만하면 김정일 스타일의 점퍼 옷차림을 입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또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위원장이 양복을 안 입는 것은 일하는 모습을 좋아하고 소박하고 검소하기 때문이라고 선전한다”면서 “그러나 김 위원장의 사치는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온갖 고급 음식에 양주, 별장까지 갖춘 김정일에게 옷 욕심이 없다는 것은 그나마 북한 주민들에겐 불행 중 다행인 일일까? 평생을 소박하게 살았던 베트남의 지도자 호치민(胡志明)이 남긴 허름한 옷 한 벌이 갑자기 떠오른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