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김정일 사망 애도기간 당시 함경북도 공안기관 간부 4명이 연쇄 살해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장군님(김정일) 애도기간 중에 함경북도 청진에서 도(道) 국가안전보위부 간부 1명, 도 검찰소 간부 1명, 도 인민보안국 간부 2명 등 총 4명의 간부가 살해당했다”면서 “보위부 간부의 시체 옆에서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한다’는 내용의 쪽지까지 발견됐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동요를 우려해 피해자들의 신원이나 사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주동자 검거를 위해 각 공안기관 조직력을 총 동원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살해된 간부들이 소속된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검찰소 뿐 아니라 보위사령부까지 수사에 나서고 있으며, 중앙당까지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전해진다.
청진에서는 2010년 12월에 은퇴한 전 수남구역 인민보안서장이 도로에서 괴한에게 얻어 맞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현직 간부들이 연쇄적으로 살해 당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황상 개인 원한에 의한 범죄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는 특정 조직의 계획된 행동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 사건을 두고 함경북도 간부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는 “간부들이 겉으로는 ‘반드시 잡아 족치겠다’며 분노하면서도, 돌아서면 무척 당황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군님 애도기간이라고 해서 특별 경비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내노라 하는 간부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니 하급간부로 내려갈수록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죽일 놈들만 골라서 잘 죽였다” “꼴 좋게 됐다”는 식의 반응과 “이번일로 인해 앞으로 국가통제가 더욱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심리가 교차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의 배짱과 실력이라면 군인들 소행이 아니냐”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2000년대 이후 보위부, 보안부, 검찰소 간부들에게 원한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기관 간부들이 북한 당국의 주민통제 정책을 일선에서 집행하면서 폭력을 휘두르며 재산을 강탈하고, 또 뒤로는 뇌물을 챙기는 등 비리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일단 이번 사건을 외부의 사주를 받은 반체제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북한 당국의 국경통제 및 휴대전화 전파 방해 조치도 이번 사건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피해자 검거 소식이 들리지 않아 수사가 장기화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청진은 외부와의 교류가 모두 차단된 상태다. 외지인이 청진으로 들어가는 것이나 청진 사람들이 외지로 나오는 것 모두 철저히 봉쇄되고 있다.
한편, 이 소식통은 19일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공개한 ‘청진 시내 반(反) 김정은 삐라 살포’ 소식에 대해서 “맞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남구역, 수정천 주변, 그외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철길주변에서 동시에 삐라가 뿌려져 청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면서 “지난해 2월에도 청진의과대학 앞에 삐라가 뿌려진 일이 있지만, 이렇게 동시에 여러곳에 삐라가 뿌려진 것은 처음 있은 일”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소식통은 “연쇄 살인 사건과 삐라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