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안정적 후계체제 위해 ‘인권문제’ 풀어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17일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유세희)와 (사)열린북한(대표 하태경)은 공동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 남북정상회담과 북한인권’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의제로서 다뤄져야 하는 이유와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자들은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가 변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북한의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이들은 “북한의 체제 변화는 외부로부터의 제재와 개입 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 보장을 통해 북한 내부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체제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이러한 체제 변화가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린북한’의 하태경 대표는 발제에서 “이번 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다뤄진다면 김정일로서도 이미지 제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김정일 정권에서 인권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 후계체제가 안정화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가기->인권 의제는 김정일에게 결코 해롭지 않다.

하 대표는 “김정일 정권은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개성 공단과 과거 신의주를 부분적으로 개혁·개방 했듯이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주민들의 인권도 얼마든지 부분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며 “먼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업무에 협조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납북자·국군포로 문제가 그랬듯 정상회담에서도 인권 문제를 의제를 올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가 먼저 북한인권 개선에 관한 로드맵을 준비하고 북한인권 특사를 선임할 것”을 촉구했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인권 문제의 해법으로, 냉전 시대 미국과 유럽의 서구 국가들이 구(舊)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과 맺었던 ‘헬싱키 협정’을 제안했다.바로가기->협상전략으로서의 북한 인권: 헬싱키 모델의 한국 적용 가능성

김 교수는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은 경제지원을 전제로 헬싱키 협정을 받아들임으로써 주민들이 자유의 의미를 체득해 독재정권에 대항해 일어섰다”며 “북한과도 유사한 협정을 맺어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자유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내부에서 변화를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와 여타 국가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다는 사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동구권에서와 같이 북한 내부에서 인권 개선을 위한 자발적 목소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반드시 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데일리NK의 손광주 편집국장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국제적 기준과 판이하게 다른 북한의 인권에 대한 인식과 중국의 방해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치적 선전전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등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