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아킬레스건 지목한 ‘암살대상 1순위’ 황장엽

10일 사망한 황장엽(87)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전 노동당 비서)은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중 최고위 출신으로 북한의 암살·공작·비난 대상 1순위로 지목돼 왔다.


황 위원장은 김정일 정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1997년 망명 후 수령독재체제에 대한 비판과 북한 민주화를 위한 강연과 저술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특히 김정일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북한의 인권문제는 체제 변화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면서 북한민주화론을 주창해 왔다.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27)에 대해서도 “그깟 놈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깟 놈 알아서 뭐하나”라며 평가 절하했다.


김정일 정권의 반민주·반인권성을 낱낱이 경험한 황 위원장의 북한민주화 활동에 김정일은 암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위협을 가했다. 가장 최근에는 “황장엽이 자연사하도록 내버려두면 안된다. 황장엽의 목을 따라”는 지령을 받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김명호(36·소좌)와 동명관(36·소좌)이 지난 4월 체포된 바 있다.


두 공작원은 국내에 잠입해 탈북자동지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황 위원장의 소재를 파악한 후 암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체포된 뒤에도 “황씨를 암살하라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2006년에는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 원정화(36)가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통해 황 위원장에 접근하기 위한 공작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 주재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공작원이던 원정화는 황 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탈북 인사들의 인적 사항과 그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임무였다.


또한 2006년 12월에는 붉은 색 물감이 뿌려진 황 위원장의 사진, 손도끼와 협박편지가 든 우편물이 자유북한방송에 보내지기도 했다. 동봉된 유인물엔 황 씨의 최근 강연 사례를 지목하며 “배신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협박성 내용을 담겨 있었다.


이러한 북한의 끊이지 않는 암살 위협에도 황 위원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지난 4월 자신에 대한 암살조 2명이 체포된 뒤, 그는 “어차피 김정일은 할 일이 그것밖에 없으니 계속 이런 시도를 할 것”이라며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걸 신경 쓰겠느냐. 내 존재로 북한의 악랄함을 알리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밖에도 황 위원장의 활동에 대한 김정일의 경계심은 내부 간부 교양에서도 드러났다.


김정일은 황 위원장을 비판하는 자신의 발언을 모아 간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정일은 황 위원장의 망명 당시 황 전 비서를 “개만도 못한 배신자”라고 비난했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4월 북 간부 교육자료를 공개하며 보도했다.


자료에 의하면, 김정일은 “(황 위원장은) 인간이 아니고 개보다 뒤떨어지는 짐승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면서 “소동 떨 것 없다. 소동을 떨면 (황 위원장의) 가치만 높여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황장엽은 주로 교육부문과 선전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당과 국가, 군사기밀을 알 만한 업무와는 관계가 없다”면서 “그로부터 비밀 정보가 나왔다고 해도 남조선괴뢰의 각본에 따른 엉터리 이야기다”고 강변했다.


황 위원장이 망명한 후 북한 노동신문도 “혁명의 배신자”, “갈 테면 가라, 우리는 사회주의를 지킨다”라며 공개적인 비판을 시작했다. 탈북자들에 의하면, 당시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모든 선전물은 ‘장군님 무릎을 베고 죽겠다는 자결충성을 해야 한다’는 내부 단속을 전 사회적으로 벌였다.


이처럼 북한의 끊임없는 암살 시도에도 황 위원장은 의연했다. 오히려 북한 민주화를 위해 더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김정일의 바람과 달리 10일 안식의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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