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아슬아슬 核도박 그 끝은 어디인가

전 세계를 긴장시킨 ‘북핵사태’는 무엇보다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적신호임에 틀림없다. 이런 가운데 6자회담의 일정한 진전과 2·13 합의 타결로 북핵폐기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보며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낙관적 평가를 가져도 되는 것일까? 또한 이러한 결과를 6자회담의 성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북한은 왜 북핵위기를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의문이 존재하는 ‘북핵사태’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담은 책 한권이 발간되었다. 일본 언론계의 외교통이라고 불리는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가 지은 <김정일 최후의 도박>(원제는 ‘페닌슐러 퀘스천’)이 그것이다.

이 책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전 총리의 방북(2002년 9월) 시점부터 2006년 7월 북한 미사일 위기가 일어나기까지의 전말을 기록하고 있다. 저자의 4년여 간의 끈질긴 추적의 결과로써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전·현직 관리와 북한 관련 전문가 등 160여명과의 인터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은 먼저 일본, 미국, 러시아, 한국, 중국의 순서로 북핵사태에 대한 각국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소개했다. 그리고 5개국의 역학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북핵 ‘6자회담’의 등장배경과 전개, 그리고 표류하는 과정까지 밀도 있게 서술하고 있다. 끝으로 ‘김정일의 남순’(南巡, 중국남부 광둥성의 선전과 광저우 방문)을 소개하면서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대북외교는 사실상 미국의 영향력 아래

북핵사태와 관련한 5개국의 이해관계는 이미 여러 책에서 다루었다. 하지만 이 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나 국제정치 이론에 따른 분석에서 벗어나 있다. 그보다는 각국의 외교부처에서 실제 벌어진 상황을 세밀히 묘사하고 생동감 있게 전하고 있다. 독자가 직접 지켜보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사회과학서적이라기 보다는 소설을 읽는 듯하지만 내용의 풍부함은 독자로 하여금 충분한 이해와 다양한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각 장의 첫머리는 모두 방북사건의 묘사로 시작된다. 미국은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인 제임스 켈리의 방북(2002년 10월)이, 한국은 임동원 특사의 방북(2002년 4월)이 그러하다. 제1장은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 초대소에 앉아 김정일의 일본인 납치시인으로 고민하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북·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까지의 비밀 접촉 과정과 실제 합의된 내용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 합의가 국내 정치에 미친 영향 등이 독특한 저자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북·일 정상회담은 싸늘한 미·북 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북·일 수교는 결국 미·북 관계를 정상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 깊다.

5개국의 이해관계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한 가지는 각 국의 대북외교 과정에서 미국이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점이다.

일본은 고이즈미 방북 전에 미국에 사전 양해를 구해야 했으며, 러시아는 6자회담 참가국이 되기 위해 미국에 로비를 해야 했다. 한국은 대북정책을 이행함에 있어 대미관계의 방향설정이 최대 쟁점이었다. 또한 중국은 북한 핵문제 자체 보다는 북핵 6자회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의 얻을 이익에 더 큰 관심이 있었다.

저자는 그러나 그토록 중요한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규정한다. 더 나아가 미국에는 대북정책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일갈한다.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과 체니 부통령으로 대변되는 네오콘 세력, 파월 전 장관과 아미티지 전 부장관으로 대변되는 국무부 사이에 대북정책에 대한 갈등만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매일 매일의 정책결정과정은 지역 전문가와 비확산 전문가간의 싸움이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6자회담은 수동 외교, 결과적으로 실패할 것

저자는 또 미국이 다자회담을 밀어붙인 이유가 ‘ABC(Anything but Clinton․클린턴 이외에는 무엇이든 좋다)’라는 부시정권의 감정적 공감대에서 비롯된 수동적 외교라고 비판하며 그 결과가 6자회담의 표류라고 주장한다. 북핵문제에 대한 저자 개인의 시각이 강력하게 피력되는 부분이다.

인터뷰를 통한 방대한 자료를 소설의 형식으로 엮어내는 서술방식에서 드러나듯 저자 나름의 판단과 추측은 책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내부정보가 부족한 북한에 대해서 군부를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파로, 외무성을 개혁파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판단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김정일 남순(南巡)에 대해 김정일 개인은 개혁개방을 추구하지만 군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평가는 북한 체제의 특성을 간과한 저자의 과도한 추측이라 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외교현장을 이처럼 재미있는 필치로 다룬 책도 없을 듯싶다. 북한 핵문제의 다각적인 구조와 복잡함, 국제정치의 역학과 배경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의 6자회담이 순풍을 타고 있는 듯 보이나 그 끝에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의 바람대로 감정과 이념이 아닌 이성과 이해에 입각해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각 국의 노력이 절실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복화/자유주의대학생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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