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아리랑 준비 똑바로 해’ 비판”

북한이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8월 4일부터 예정된 대규모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아리랑 공연은 북한 정권 수립 60돌(9·9절)을 기념함과 동시에 베이징 올림픽(8월 8일 개막)을 북한 관광 특수로 연결시키려는 계획까지 겹쳐있어 예년에 비해 규모도 크고 내용적으로도 더 화려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평양에서 개인 무역을 하다 중국 단둥(丹東)을 방문한 최 모 씨는 지난달 30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평양에서 아리랑 공연 연습이 한창”이라며 “공연에 대한 장군님의 비판 말씀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더 잘해서 외화벌이를 잘하자는 것이 아리랑 관계자들과 참가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올해는 9·9절 60돌 기념이고, 중국에서 올림픽도 열리기 때문에 외국에서 손님들이 많이 올 것”이라며 “그 때문에 당에서도 특별히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준비는 4월부터 시작했고, 5월부터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는데 훈련강도가 매우 세서 먹는 것이 부실한 학생들의 경우는 고생이 아주 심하다”며 “얼굴을 보면 딱 안다. 일을 좋아서 하면 기쁜 표정이 나오지만, 의무라고 생각하고 하기 때문에 얼굴에 힘들고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부터 학교가 아니라 거리에 모여서 하루 종일 훈련을 하는데, 롱구반(봉고차) 위에 나발(스피커) 4개를 달고 마이크로 하나, 둘 구호를 외치면 모였다가 흩어졌다를 반복하고, 몇 층씩 어깨를 밟고 탑을 쌓기도 하고 참 힘들게 훈련을 한다”며 “처음에는 종목별로 간단하게 훈련을 하다가 지금은 수 백, 수천 명이 모여 본격적인 훈련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과거에는 아리랑 공연에 참여하는 ‘자부심’같은 것이 있어서 힘들어도 잘 참았지만, 요새는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것을 찾아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만해도 아리랑 공연에 참여하고 나면 텔레비전도 주고 냉동기(냉장고)도 주고 해서 솔직히 그걸 바라고 힘든 것을 참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큰 재산이었지만 요즘은 어디 그런가? 일반 가정집도 다 갖추고 산다. 그러니 동원되는 사람들의 열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리랑 공연 기간 중 관람에 동원되는 사람들의 고충도 적지 않다고 한다. 최 씨는 “나도 수 십 차례나 관람에 동원됐다”며 “솔직히 일반 주민들은 경기장에 가기를 싫어한다. 좋은 것도 한 두 번이라고 했는데,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매번 같은 것을 보고 있어야 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리랑 공연이 열리는 기간 내내 무조건 경기장을 꽉 채워야하기 때문에 외국인 방문객들의 숫자를 뺀 나머지 숫자는 어디 기업소에서 몇 명, 어디 기업소에서 몇 명하는 식으로 매일 동원 지시가 떨어진다. 그러면 방법 없이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연이 모두 끝나면 밤 10시가 넘는데, 동시에 몇 만 명 사람들이 어떻게 다 버스와 궤도전차를 타고 가겠나? 꼼짝없이 집까지 걸어가야 한다”며 “외국인들은 공연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에게는 한심하고 고통스러운 일일 뿐”이라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