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쌍안경과 총 사진’의 비밀을 아시나요?

“사진은 일반적 상식과는 달리 완벽한 진실을 표현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권력은 가능하다면 사진을 통제해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데 이용하려고 한다.”

새 책 <김정일.jpg-이미지 독점>(한울아카데미)은 북한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최고지도자’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진’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정밀 분석한 책이다.

현재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변영욱은, 북한대학원대학교 논문을 쓰기 위해 ‘노동신문’을 꼼꼼히 살피던 중 사진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껴 책을 출판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자는 “‘노동신문’은 검열을 철두철미하게 받기 때문에, 최고 권력자의 의지와 맞지 않는 기사나 사진이 게재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노동신문’에 실리는 사진은 철저하게 북한 권력관계의 현재를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노동신문’ 1949년 2월 24일 1면에 스탈린의 초상화가 실렸고, 1966년 6월19일·7월24일에는 각각 1면에 당시 김일 제1부수상과 강량욱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이 게재됐지만, 1966년 10월 이후 1면에 김일성 이외의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은 점을 들어 ‘노동신문’에 실리는 사진이 당시 북한 권력관계를 설명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은 당시에 김일성유일사상체계가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일의 모습이 ‘노동신문’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이다.

저자는 “김일성 사망 후 3년간의 유훈통치 기간 ‘노동신문’은 ‘김정일은 위대한 수령과 등가(等價)의 인물’이라는 명제를 증명함으로써 김정일 후계체제를 정당화하려 시도했다”고 해석했다.

이를 위해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단독사진보다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함께 등장하는 사진을 반복하여 게재하는 방식으로 ‘김일성 이미지에 김정일 덧씌우기’ 작업을 진행했다고 분석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작업은 1996년 2월부터 점차 수그러들었으며, 1997년 1월부터는 김정일 단독 사진이 더 많이 실렸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이미지 덧씌우기를 통해 시도됐던 권력의 안정적 계승이 3년만에 마무리됐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들은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많은 도움을 준다.

저자에 따르면 김정일 시대에 와서 신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진은 ‘김정일과 군인들의 기념사진’이다. 선군정치를 표방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각급 부대를 시찰한 후 기념으로 군인들과 ‘찰칵’한 것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재밌게도 김정일이 군부대 시찰 후 찍은 사진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김정일 우측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군인은 쌍안경을 들고 있으며, 김정일 바로 뒤의 군인은 은빛으로 밝게 빛나는 총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쌍안경과 총은 김정일 군부대를 시찰하고 중대급 부대에게 주는 선물이라 한다. 일종의 상징과 같은 ‘쌍안경과 총’ 사진은, ‘잘 지키고 잘 물리치자’는 김정일의 메시지로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쌍안경과 총’사진은 ‘노동신문’과 같은 국내 신문에서만 사용되고 전 세계에 제공되는 조선중앙통신에 나오는 군부대 사진에는 ‘쌍안경과 총’이 없다는 점에 저자는 주목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김일성 사망 5개월 후부터 나오기 시작한 ‘쌍안경과 총’ 사진은 남한과 미국이 아닌 북한 주민들에게 선군사상을 세뇌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은 선전사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황 전 비서의 이 말을 언급하며, 김정일이 이미지 연출에 얼마나 귀재인지 예를 들어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일이 세계와 남쪽을 향해 ‘나는 은둔자도 비정상인도 아닌 북한의 최고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한다.

이와 더불어 책에는 김정일 관련 생방송 영상이 사라진 이유, 북한 사진기자들의 특징 등 사진과 영상매체에 관한 북한의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김정일.jpg-이미지 독점>은 ‘사진’이라는 특정 분야를 통해 북한사회를 분석한 책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북한 사회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는 일은 의미 있고 시급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시도가 매우 새롭고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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