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쌀밥에 고깃국’ 김일성 유훈 실현 못 해”

김정일이 ‘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으로 요약되는 김일성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했다면서, 인민생활 향상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9일 ‘새로운 승리에로 부르는 전투적 기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정일이 작년 현지지도에서 “수령님(김일성)은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일은 이어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사상적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군사 면에서도 강국 지위에 올라섰지만 인민생활에는 걸린 것(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며 “나는 최단기간 내에 인민생활 문제를 풀어 인민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살도록 수령님의 유훈을 반드시 관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유훈을 언급하며 경제적 실정(失政)을 인정한 것은 빈곤이 악순환 되면서 ‘김정일 시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이미 통제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고해성사’로 읽혀진다. 


지금까지는 사상, 군사 강국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했지만, 지금부터는 인민생활을 위해 올인(All-in)하겠다고 선전하며, 주민들의 악화된 민심을 진정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경공업과 농업 발전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또한 ‘이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 살도록 한다’는 ‘김일성 시대’의 목표를 다시금 화두로 꺼내며 ‘우리식 사회주의’로의 회귀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그러면서 김정일이 작년 정초부터 원산과 대안, 흥남 등 경제부문에 대한 현지지도에 나선 것도 주민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제는 열차에서 생활하면서 강행군을 하는 것이 습관된 것 같다’ ‘인민 생활 문제가 풀리기 전에는 집에 들어가 발편잠을 잘 것 같지 못하다’ ‘우리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기어이 인민생활 문제를 풀어 수령님의 유훈을 관철하자’고 하시던 장군님의 절절한 말씀이 강행군길의 수만리 자욱마다 뜨겁게 새겨졌다”고 선전했다.


이와 관련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유훈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발언을 공개한 것은 내부결속의 의미도 있지만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포석차원의 해석이 될 수 있다”며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고, 최근 방중설, 남북정상회담설, 미북간 핵협상 임박 등의 소식이 있는 와중에 이 같은 발언이 공개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해석했다. 


이어 “과거와 같이 ‘어려움이 있지만 향상될 것’이라는 식이 아닌 ‘못했다’고 한 것은 엄청난 고해성사”라면서 “대외무역 등에서 변화를 예시한 것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