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신드롬’은 없었다

2000년 남한을 휩쓸었던 ‘김정일 신드롬’은 재연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기간 드러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모습은 2000년과는 상당히 대조된다.

두 정상의 만남은 차분하고 실무적이었다. 2000년과 같은 감격적인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을 깍듯이 예우하면서도 무덤덤하고 심지어 근엄해 보이는 표정을 짓는가 하면 부드럽고 밝은 미소를 드러내는 등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였다.

첫날 웃음기와 활기없던 표정과 움직임은 이튿날 미소와 활기로 바뀌었으나 남북정상선언에 서명하고 발표하는 자리에선 첫날의 무표정하고 진지한 듯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갔다.

6.15공동선언 때와 같은 정열적이고 활기찬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이, 노 대통령과 손잡고 포즈를 취하면서도 무덤덤해 선언 합의와 발표의 기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 위원장의 잦은 표정 변화를 두고 노 대통령 보다 4살 연상이라는 것을 의식한 행동, 회담에서 기선을 잡기위한 전술, 남측 언론 보도를 의식한 행동 등이라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시종 정중했다.

김 위원장은 첫 정상회담에서 수해로 회담이 연기되고, 노 대통령이 이용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데 대해 미안함을 표시했고 오후 정상회담 때는 노 대통령이 현관 앞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도록 배려하는가 하면 4일 오찬장에 입장할 때는 노 대통령 내외에게 먼저 입장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길은 끈 것은 2000년에 비해 7년의 세월 속에 쇠약해진 김 위원장의 외모.

양 옆 머리가 센 데다 앞뒤 부분이 성긴 듯한 느낌을 줬고 얼굴 주름살과 검버섯도 늘어났으며 목소리에서도 활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2000년 정상회담 때 ‘원 샷’으로 일관해 ‘호방한’ 음주 스타일을 과시했던 것에 비해 이번엔 많이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의 옷차림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영접 및 오찬에는 2000년때와 마찬기지로 평소 즐겨 입는 연한 갈색의 점퍼를 입고 나타났지만, 단독회담 때는 2000년 단독회담 때의 진회색 인민복 대신 같은 점퍼차림을 고수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 특유의 농담과 직설화법, 예측불허의 파격행보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었다.

김 위원장은 오찬도중 자신의 건강악화설에 관한 남측 언론보도에 대해 “내가 마치 당뇨병에, 심장병까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보도들을 하고 있다. 기자가 아니라 작가인 것 같다”고 건강악화설을 일축했다.

노 대통령이 전날 정상회담에서 직접 영접에 사의를 표명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내가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뻗치고 있을 필요 없지요”라고 대답했다.

오후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체류 연장 제안에 참모들과 상의하겠다며 즉답하지 않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그걸 결심 못 하십니까.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잖아요”라고 직설적으로 반문, ‘김정일 스타일’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의전 관례를 벗어난 예측불허의 행보도 변함이 없었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에게 체류연장을 전격 제안해 남측을 긴박감에 몰아넣더니 회담 말미에 충분히 대화를 나눠 연장 안해도 되겠다며 제안을 다시 전격 철회했다.

오전 정상회담 때는 예정시각보다 30분이나 일찍 나타나 회담을 앞당겨 가졌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