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성지순례, 정은에 ‘孝心’ 산교육 차원”

김정일의 김일성 항일유적지 참배가 계속되고 있다. 일종의 순례 형식을 띠고 있다.


김정일은 30일 하얼빈을 출발한 지 5시간여 만인 이날 낮 1시 45분께 무단장 역에 도착, 의전 차량으로 갈아 탄 뒤 동북항일연군(聯軍) 기념탑이 있는 베이산(北山)공원을 찾아 참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탑 참배를 마친 뒤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다시 투먼 방향으로 향했다.


무단장은 조선과 중국의 공산당이 항일 공동투쟁을 위해 결성한 무장 투쟁 세력인 동북항일연군이 1930년대 활동했던 주무대라고 한다.


김정일은 방중 첫날인 26일에는 김일성이 다녔던 지안시 위원중학교에 들렀다.


또 29일 날은 하얼빈에 도착해서 항일 유적지 순례를 계속했다. 하얼빈은 김일성의 혁명동지로 김일성 찬가를 지은 김혁의 유적지가 있는 곳이며 김일성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기도 하다. 하얼빈은 또 김일성이 1964년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회담한 곳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7일 “북한 내부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권력승계 문제 아니겠나”라며 “우리도 역사적으로 큰 결단을 할 때에는 국립 현충원이나 아산 현충사를 찾지 않느냐. 그런 차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혁명 유적지 순례가 3대 세습과 관련 있음은 자명하다. 자신의 통치 기간 대부분을 아버지의 후광에 기대 통치해온 김정일로서 다시 한번 김일성을 역사에서 끄집어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산 혈통 승계의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굳이 중국까지 찾아와 김일성 항일 유적지를 순례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문이 남는다.


청와대 관계자 말처럼 우리 정치 지도자가 현충원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면 북한에 있는 김일성의 고향집인 만경대나 금수산기념궁전을 찾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금수산기념궁전에는 김일성의 시신까지 보관돼 있다.


이와 관련 2009년 국내 입국한 탈북자는 김태수 씨는 이번 순례는 김정은에게 효성의 중요성을 몸소 가르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만약 김정은이 동행했다면 자신이 선친에게 얼마나 충성스런 아들인지를 몸소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권력 승계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정일이 아들 정은에게 후계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심(孝心)과 충실성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도 “김정일이 많이 쇠약해지면서 권력을 승계하는 마당에 만감이 교차할 수 있다”면서 “선대의 혁명위업을 계승하는 것이 후계자의 덕목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몸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직접 사적지 순례라는 장도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