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선전 방문 의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인 선전(深<土+川>)을 방문한 것은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를 대외에 과시하는 가장 상징적인 이벤트로 볼 수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광둥(廣東)성의 성도 광저우(廣州)시를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그의 발길이 과연 선전에 닿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선전이 중국 최초의 특구로 중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의 견인차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방문은 그만큼 상징성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이동 경로는 14년 전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국가주석의 남순(南巡) 행로와 대체로 일치하는데다 여러가지 점에서 비슷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선전을 중심으로 한 덩 주석의 남순을 계기로 중국은 개혁개방을 둘러싼 지도부 내부의 논란을 불식시키고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본격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보듯 김 위원장의 선전 방문도 북한의 발전모델를 놓고 나타나는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의 물밑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간 북한이 경제개혁의 필요성에는 중국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개방의 수위 및 속도에 대해 이견이 표출됐던 배경에는 체제 안보를 우선시하는 군부 강경파들의 거센 반발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에는 박봉주 내각 총리를 위시한 경제관료뿐 아니라 김일철.김영춘 등 군부의 실세까지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부가 개혁개방을 적극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선전 방문을 수행한 군부 실세들이 중국 최초의 특구인 선전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개혁개방에 걸림돌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경제의 개건현대화를 목표로 내세우고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높이’를 언급하고 내각의 자율성을 강조한 대목은 모두 보수파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는 게 고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그의 선전 방문은 개혁개방을 성공적으로 이끈 중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식 발전모델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동시에 개혁개방을 둘러싸고 중국과의 이견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워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거리를 두었던 북한이 김 위원장의 선전 방문을 기점으로 이전에 비해 파격적인 경제개혁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춘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광둥성이 연안을 따라 3개의 경제특구를 만들었던 사례를 참고해 북한이 장기적으로 서해안 지역을 따라 새로운 특구 벨트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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