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생일(2월16일)을 하루 앞둔 북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일부에서 김정일 생일을 즈음해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 발사를 포함한 긴장 조성용 도발이나 지난해 8월 ‘김정일 와병설’ 이후 불거진 후계구도에 대한 ‘언급’ 가능을 점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단 김정일 생일을 맞이한 북한은 다양한 보고대회 및 경축모임 등을 활성화시키며 ‘우상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예년 수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평양을 비롯해 각 도, 시, 군에서는 2·16경축 보고대회를 개최해 ‘김정일 우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평양에서 열린 2·16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경축보고를 통해 ‘비범한 사상이론적 예지’ ‘노숙하고 세련된 영도예술’ ‘숭고한 인덕’ 등의 수식어를 동원해 “희세의 위인(김정일)은 일찍이 없었다”고 극찬했다.
앞서 지난 13일 인민무력부는 연회를 마련 김정일 생일을 축원했고, 당 중앙위원회 김중린 비서와 여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회관에서 ‘2·16경축’ 예술공연이 진행됐다.
이밖에 경축 행사로 열리는 제13차 김정일화 축전과 제18차 백두산상 국제휘거(피겨)축전 등 다채로운 행사준비도 한창이다. 동평양대극장, 국립연극극장, 평양교예극장 등에서는 경축무대를 특색 있게 장식하기 위한 준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유력 후계자 중 한 명인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38)도 14일 베이징 서우도(首都)공항을 통해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귀국했다고 대북 소식통들이 15일 밝혔다.
대북 전문가들도 북한이 최대 명절인 김정일 생일을 맞이해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더불어 현재 왕성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김정일이 후계문제를 꺼내들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현성일 국가안보통일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데일리엔케이’와 통화에서 “김정일 생일을 맞아 경축 분위기의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김정일 생일에 정국을 긴장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3월8일) 이후 김정일 3기 체제가 출범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지난 대포동 1호 발사도 김정일 1기 체제 출범에 맞춰 발사됐다”고 지적했다.
현 책임연구위원은 “후계문제 역시 생일에 맞춰 대내외에 알릴 가능성도 낮다”면서 “내부적으로 권력층의 의견을 통일한 후에 후계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텐데 아직은 그러한 시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도 “기술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김정일 생일 즈음에 미사일을 발사하기는 힘들 것이고 후계문제도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일 생일은 평소 수준의 ‘찬양’과 ‘우상화’를 강조하는 행사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이미 생일 전에 국제사회의 ‘관심 끌기’라는 효과를 거뒀다”면서 “최대 명절인 김정일 생일에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미 김정일이 군부대나 기업소 등을 방문하는 등 왕성한 활동으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고, 통치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후계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남 비방 공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대남 비방공세와 더불어 대미 강경 목소리는 이어질 것”이라며 “3월8일 대의원선거 이후부터 4월25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까지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영남 상임위원장도 이날 중앙보고대회에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여 북남관계를 파국에 처하게 하고 민족의 머리 우에 핵전쟁의 재난을 몰아오고 있는 남조선의 반통일호전세력에게 무서운 철추를 내리기 위한 투쟁에 한결 같이 떨쳐나서야 한다”며 남북 대결태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