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생일날 아이들에 나눠준 과자꾸러미

▲지난달 15일 북한 평성의 소학교 어린이들에게 제공된 과자꾸러미. ‘세상에 부럼 없어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오늘 저에게 특별한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지난달 15일 김정일 생일 하루 전날 평성에 있는 소학교 학생들에게 나눠준 과자꾸러미(북한에서는 탕과류라고 부름) 입니다. 작년에도 특파원에게 김정일 생일 선물 과자꾸러미가 전달됐지만 개인적 실수로 독자 여러분에게 보여드리지 못해 스스로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원래 김정일 생일을 기념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과자 선물은 평양과 지방이 차이가 있습니다. 평양이 지방보다 고급스런 과자나 캐러멜이 1-2개가 더 들어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과자의 종류나 양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꾸러미도 3분의 1정도 줄어들었습니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이 ‘장군님’ 선물 크기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날 소학교에서는 장군님 생일을 맞아 학생, 선생님, 학부모 한 사람씩 나와서 결의 토론이라는 것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각 학급별로 선생님이 과자를 나눠주는데, 학생들은 한 명씩 나와 “김정일 원수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김정일 초상화에 절을 하고 과자 꾸러미를 받아갑니다.

그리고 보니 올해 과자꾸러미에는 껌이 들어 있지 않네요. 작년에 딸기맛과 사과 맛 껌이 3개 정도 들어있었는데요. 소식통에 물어보니 껌은 각 동에 있는 국영상점에서 사 먹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북한 소학교에서 말하는 이유도 참 가관입니다. 아이들이 국영상점에서 껌을 자주 사먹는데 껌을 나눠주면 상점 장사가 안 된다면서 껌은 선물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믿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차라리 평양 껌공장이 망했다거나 생산량이 부족하다는 이유가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과자꾸러미 봉지 표면에도 지난해와 같이 “세상에 부럼(부러움) 없어라”라고 적혀있습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과자의 질이 많이 떨어집니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불량식품도 이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도 ‘부러움 없다’ 운운하며 선물로 아이들의 환심이나 사려는 김정일이 정말 밉습니다.

그래도 이날만큼은 과자 봉지를 들고 집에 돌아간 북한 아이들이 한 개 한 개 아껴가면서 맛있게 먹었을 겁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하얀색 땅콩사탕을 제일 좋아합니다.

북한에서는 과자도 귀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함께 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어머니가 아이에게 “내일 아침에 장군님 사진에 절하고 같이 먹자”고 달래보지만 아이는 과자를 당장 먹고 싶다고 애를 태우기도 합니다.

이 과자는 하루 이틀이면 동이 납니다. 그리고 과자를 다 먹은 후에 꾸러미를 묶었던 파란색 클립은 버리지 않고 소년단 넥타이 핀으로 요긴하게 사용됩니다.

과자를 모두 먹고 나면 북한 어린이들은 또 4월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애타게 기다리겠죠. 정작 김(金) 부자 생일 과자선물이 없어지는 날이 오면 북한 아이들도 엄마에게 용돈을 타서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과자를 더 많이 사먹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우리 자식들과 함께 북한 아이들의 미래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룡악산’이라는 과자2봉, 땅콩사탕, ‘은하수’라는 기름사탕, 알사탕,어린이과자가 각각 한봉씩 내용물로 들어있다.(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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