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후 北무정부상태 빠질 수도”

북한의 권력승계 작업이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내 무정부 상태가 초래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김 위원장이 후계자의 권력기반을 탄탄하게 확립하지 않은 채 사망할 경우 격렬한 권력투쟁을 야기해 북한 체제가 와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미 해병대지휘참모대학 교수는 29일 워싱턴 D.C.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로 열린 북한 권력승계 문제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벡톨 교수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것으로 알려진 셋째아들 김정운이 경험이 미숙하고 나이가 어린 점을 들어 김정일 위원장이 일찍 사망할 경우 김정운의 권력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이와 경험을 매우 중시하는 북한내 분위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삼남 김정운의 탄탄한 권력기반을 확립해줄만큼 오래 살지 못할 경우 김정운은 노동당과 군내 원로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거 김일성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됐고 김정일 체제에서도 절대적인 권력이 한곳에 집중됐기 때문에 김정일 사후 출현할 집단지도체제가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상당기간 북한 체제를 결속시켜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북한내 권력승계작업이 확고하게 이뤄지지 않고 군부와 노동당 모두를 장악하는 강력한 지도자가 등장하지 않을 경우 군부와 노동당, 보위부 등 사이에 격렬한 권력다툼이 이어질 수 있으며, 이런 가정이 현실화하면 북한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벡톨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아버지인 김일성이 생존해 있을 때 절대적인 후광에 힘입어 군부와 노동당, 보위부 등에서 모두 탄탄한 권력기반을 갖췄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못한다면 김정일 사후에 권력기반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북한의 권력승계 작업이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후 북한내 무정부 상태가 초래될 가능성을 매우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벡톨 교수는 그러면서 김정일 원장이 사망하고 후계자가 노동당과 군부, 국가안전보위부 등에서 확고한 권력기반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가정할 수 있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 주목을 끌었다.

첫째는 후계자 주변의 인물들 내에서 격렬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각 진영들이 군부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하며서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군부내 일부 실력자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가족 가운데 다른 인물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군부 스스로가 권력장악을 시도하는 것이다. 북한 군부내에서 권력승계라는 과도기를 틈타 어떤 특정인물 혹은 파벌이 권력장악에 나설 것인지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둘러 온데다 국가안전보위부가 반체제 동향을 철저하게 감시해왔기 때문에 군부내 파벌 형성이 극도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출범 후 군장성들을 일사불란하게 묶은 것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이었으며, 만약 이러한 연결고리가 사라진다면 군부내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파벌이 형성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군내부에 동요가 뒤따를 수도 있다고 벡톨 교수는 지적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군내부의 일부 세력이 김정일 위원장의 사후 권력공백기에 정권을 장악, 후계자로 지명된 인물을 내몰고 난 후 남한과 평화를 모색하면서 통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억지에 가까운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실현가능성을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벡톨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나 학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북한 군부의 일부 장성들이 남한 정보당국에 고용돼 있다는 루머가 있으며, 북한 정부내 만연한 부패상을 감안하면 이러한 루머는 놀랄만한게 아니라고 말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후계자로 지명된 인물이 권력기반을 확립하지 못하고 군부내 파벌이 형성돼 북한이 극심한 내전상태로 치닫는 상황이다. 이 경우 남한으로서는 대규모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도 사태에 개입해 통일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벡톨 교수는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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