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진, ‘건강 이상’만 확인시켜”

▲2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정일 축구관람 사진. 김정일은 오른손은 팔걸이에 얹었지만 왼손은 힘이 빠진 듯한 상태로 무릎 위로 늘어뜨리고 있다.ⓒ데일리NK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이 2일 내보낸 김정일의 축구경기 관람사진을 두고 ‘사진 조작설 일축’ ‘내부 통제력 유지 과시’ ‘건강이상설 확인’ 등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일단 이번 사진은 ‘조작 가능성’이 제기됐던 지난번 군부대 시찰 사진과 달리 ‘가을 빛’의 자연환경을 담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 정확한 일시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축구 경기장의 누런 잔디와 수목들의 단풍 등이 부각된 것으로 볼 때 남한내 여론 등의 ‘의혹’ 제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군부대 방문 사진을 공개한 후 계절 논란으로 망신을 당했던 북한이 가을 빛 나는 사진을 재차 공개함으로써 김정일의 ‘건재’가 사실임을 알리려는 의도로 엿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도 “과거 사진을 공개했을 때 주변 환경과 맞지 않아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것을 고려한 노력이 보인다”면서 “축구 경기장면 사진과 김정일의 사진에도 바깥 자연 변화를 보여주려고 한 흔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사진 공개는 내부적으로 김정일 자신의 건재를 과시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송 연구위원은 “김정일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만큼 군부나 당 세력들의 통제역량이 흩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려는 것”이라며 “북한내 도전 세력을 통제하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또 통제력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하면서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연구실장도 “건강이상설을 불식하고 내부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정일 건강이상이 확산되면 내부 동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과 군부 내 측근들만의 통제된 외출을 통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북한 매체들이 잇따라 보도하고 있는 ‘전국청년동맹 초급일꾼(간부) 열성자회의’ ‘전국여맹모범초급단체위원장 회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등의 청년·여성단체들을 동원, ‘충성모임’을 잇따라 열고 내부단속을 주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철해, 리명수, 김명국 등 대장들과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리제강·리재일 당 제1부부장 등 당과 군내 김정일의 최측근들이 경기관람을 수행했다는 점도 김정일이 절대적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 연구실장은 “현철해, 이명수, 장성택, 이제강 등이 이번에 김정일을 수행한 것으로 비춰볼 때 이들이 최측근으로서 건재하다는 것”이라면서 “더불어 당과 군부 내 최고 실력자들을 여전히 자신이 통제하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김정일이)부분적 장애 상태일 경우 결국 상당히 제한된 수준에서 공개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당분간 권력 장악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후계문제 결정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사진 공개는 미국을 비롯한 대외관계를 고려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미국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미북관계를 비롯, 북핵문제 논의 과정을 김정일이 직접 관장하고 이끌어 갈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는 것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미국 정부에게 ‘김정일의 와병’은 북한체제 붕괴론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좀 더 기다려보자’는 무시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김정일의 등장은 현재 북한 지도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이상’이 없으니,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게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라는 메세지를 보여주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송 연구위원도 “외부적으로 ‘와병설’ 이후 미북합의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군부대 시찰 사진을 공개한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미북합의가 유효하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김정일의 사진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건강상태를 엿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서있는 상태에서 간부들에게 지시하는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오른손을 들어 무언가 지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왼손은 엄지를 상의 주머니에 걸치고 있었으며, 소파에 앉아있는 사진에서도 오른손은 팔걸이에 얹었지만 왼손은 힘이 빠진 듯한 상태로 무릎 위로 늘어뜨린 모습을 보였다.

또 키높이 구두가 아닌 편안한 신발을 착용했다는 점에서 몸이 불편함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연구실장은 “제한된 측근들과 같이 사진을 찍었다는 것 자체가 건강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진을 볼 때 부분회복-부분장애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강이상설이 불식되기 보다는 건강이상이 부분적으로 확인된, 북측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내보낸 셈”이라며 “팔을 걸치고 있는 모습이나 키높이 구두가 아닌 것으로 볼 때 사실상 장애가 있다는 것을 외부에 알린 셈이다”고 해석했다.

▲2일 조선중앙텔레비전이 공개한 김정일 축구경기 관람 사진. 김정일은 오른손을 들어 무언가 지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왼손은 엄지를 상의 주머니에 걸치고 있다. ⓒ데일리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