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과 우리가 직면한 ‘김정은 북한’

희대의 독재자 김정일이 사망했다.


북한 매체의 주장대로라면 17일 오전 8시 30분 경 현지지도 길에 심장 쇼크로 객사했다. 19일 정오, 북한 아나운서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사망소식을 비보(悲報)로 전달하려 노력했으나, 우리에게는 또 다른 분노와 아쉬움만 남는다. 국제법, 한국법, 북한법에 따라 김정일의 모든 악행이 단죄되어야 하며, 자신의 권력욕으로 인해 희생된 모든 사람들에 대해 김정일 스스로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이 전세계 사람들 눈으로 확인됐어야 옳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회한은 후대 역사가들이 하나 둘 씩 풀어줄 것이라 믿는 수 밖에 없다. 


김정일은 1970년대부터 후계자 자격으로 북한 국정 운영에 참여하다가 1980년대부터는에는 아버지 김일성과 공동정권을 구성하며 실제 권력자로 부상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에는 20년 가까이 북한의 절대권력자로 군림해왔다. 비록 김일성이 6.25 전범이기는 하나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노동당을 통해 최소한 주민 의식주 문제에서 만큼은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려는 성의는 보였다. 그러나, 김정일은 오직 군사폭력에만 의존하는  수령독재정치로 북한의 역사를 후퇴시켰으며, 민족 분단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김정일이란 존재는 2400만 북한 주민들이 현재 겪고 있는 모든 고통의 근원이다. 그가 남긴 폭정의 결과는 1천만 이산가족과 10만이 넘는 전시납북자, 수만 탈북자, 수백을 헤아리는 전후 납치자와 외국인 납치자의 피눈물로 이어지고 있다. 동구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을 자기 두눈으로 똑똑히 목격하면서도 개혁개방를 외면하여 수백만 북한 주민을 굶어 죽게 만들었다. 10년이 넘는 남한정부의 포용정책과 중국의 우호정책을 핵무기 등 대량살상 무기 개발로 배신했으며, 권력유지를 위해서라면 민족공존이라는 지상과제를 철저히 짓밟는 군사도발도 서슴치 않았다.


결국 김정일의 사망은 당연히 김일성부터 시작된 북한 수령독재의 종결을 의미해야 하며 폭정으로 희생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진혼곡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일은 인생 마지막까지 자신의 권좌를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야망에 사로 잡혀 김정은이라는 새로운 독재자를 잉태한채 부질없는 인생을 길위에서 마감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의 미래를 탄탄하게 보장해준 것도 아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미련도 갖고 있지 않으며, 김정은 체제의 출범에 대해서도 아무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국가 배급능력 상실, 만성적인 식량난, 시장화 바람, 한류 대유행, 외부 정보 대량 유입 등으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화폐개혁 이후 2012년 강성대국 건설론의 허구를 정확하게 직시하게 된 북한 주민들은 이제 공공연히 북한체제를 비방하는 한편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의구심마저 감추지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 김정은의 손에 남은 것은 회생불능한 경제와 여기저기 균열된 누더기 정치체제 뿐이다. 이 와중에 김정은이 제 아버지 처럼 개인권력 유지에 눈이 멀어 수령독재를 답습하게 될 경우 북한주민과 남한사회는 또 다른 질곡의 도가니로 내몰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김정일의 사망과 장의와 관련한 북한 매체의 보도는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 또 김정일 사망 발표 직전에 동해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저질렀는데, ‘최고지도자의 국장(國葬)기간에는 대외도발을 삼가한다’는 전통마저 깨뜨리고 말았다. 군부에서 자신의 지위 를 공고화하려는 목적으로 연평도 포격을 주도했던 인물이 바로 김정은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선택권은 다시한번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놓여졌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김씨 일가 독재 아래 신음해야했던 북한 주민들과 탈북자, 납치피해자들의 인권을 외면한 치부로 인해 만성적인 안보불안, 전쟁공포에 시달려왔다. 이제부터는 고작 30세도 안된 어린 독재자 김정은의 좌우충돌 모험주의까지 펼쳐질 예정이다. 김정은이 제멋대로 굴도록 놔둔다면 60년간 일궈온 대한민국의 번영도 깨지기 쉬운 유리잔 신세에 불과하다. 김정일 사망이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을 조속히 수습하고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를 근본 목표로하는 새로운 대북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