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비난 벽보, 北 민심이반 드러내”

▲ ‘선군정치’ 비난 벽보가 붙은 함남 단천 암시장 <후지TV 화면 캡쳐>

북한 함경남도 단천에 ‘선군정치’를 비난하는 내용의 벽보가 붙은 동영상이 11일 일본 후지 TV를 통해 공개됨에 따라 북한 내 반(反)김정일 운동이 확대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반체제 문구가 적힌 벽보가 공개된 장소에 붙여진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지난 해 1월 함경북도 회령지역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회령 벽보가 마을 입구, 공장 등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곳에 붙여진 것에 반해, 단천 벽보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역 근처 암시장에 붙여졌다.

특히 이 동영상에는 벽보를 지켜보던 주민들이 “작년에도 비슷한 종이장이 붙어있었다”, “그래도 시원한 말이다”이라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있다.

북한 주민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체제를 비판하는 말을 한다는 것은 10여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탈북자들이나 북한 전문가들은 동영상이 북한 내 민심 이반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내가 탈북했던 96년만 하더라도 친누나에게 탈북한다는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통제가 심한 사회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김정일 욕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눈에 보일만큼 늘어났단 소식을 자주 듣고 있다”며 “그동안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동영상을 보니 큰 변화가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체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반 백성은 굶어죽는데 장사꾼이나 당 간부들은 부를 축적되는 모습을 보며 국가와 당에 대한 배신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인권정보센타 윤여상 소장은 “1~2번의 징후로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최근 입국한 탈북자들을 만나보면 북한 내 민심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사회가 북한 내에서 자생적으로 생기는 反체제 움직임을 지원해 북한 체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북한 고위층 탈북자로부터 일반주민들이 평상시에도 체제 문제에 대해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면서 “심지어 간부들 사이에서도 쉬쉬하면서 그런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도 대표는 “최근 북-중 국경을 통해 외국의 CD들이 엄청나게 북한 내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주민들도 이제 어느 정도 외부 세계에 대해 알고 있으며, 점점 눈을 뜨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발적이고 일회적인 반체제 움직임을 조직화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움직임을 실질적 행동으로 옮겨 발전시키기 위해서 인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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