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일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한 것은 북한과 러시아의 돈독한 우호협력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일 위원장은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보낸 `2차 세계대전 승리 60돌 기념메달’을 전달 받았으며 카를로프 대사가 마련한 연회에 참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분위기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이 카를로프 대사와 `따뜻하고 친선적인 담화’를 나눴으며 연회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러시아 대사관 방문에는 박봉주 내각 총리, 김영춘 국방위원회 위원 겸 인민군 총참모장, 연형묵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강석주 외무성 1부상 등 당ㆍ정ㆍ군 고위 간부들이 다수 참석, 비중을 높였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날 러시아 대사관 방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승리 60돌 기념메달’을 전달 받은 것.
러시아 정부는 오는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개최하는 `제 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 행사를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리는 야심찬 행사로 치른다는 계획에 따라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국 정상을 대거 초청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초청을 수락했다.
이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행사에 참석할 지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다.
대부분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지금까지 해외행사에 참석한 사례가 전무한 데다 북한의 명목상 국가원수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라는 점에서 불참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 보낸 초청장에도 참석대상을 김정일 위원장으로 직접 거명하지 않고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번에 푸틴 대통령이 기념메달을 평양주재 대사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렇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와 관계 등을 고려, 전격적으로 참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어서 여전히 참석여부는 미지수다.
한편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 대사관을 모두 4차례 방문했다.
그는 2002년 1월과 그해 3월 각각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했으며, 2003년에는 자신의 61회 생일(2ㆍ16)을 나흘 앞두고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 푸틴 대통령이 생일 선물로 보낸 말 세 필을 전달받았다.
중국 대사관은 2000년 3월 한 차례 뿐이다.
방문 횟수로 보자면 김 위원장이 러시아쪽을 4배나 더 찾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중국보다 러시아를 더욱 중시한다는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2002년 10월 2차 북핵 문제가 터지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지원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