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극곰(러) 깨워 中 영향력 견제”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이 9년만에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정상회담을 가진 배경에는 “러시아와 남한을 끌어들여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내포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전 연구위원은 최근 ‘경제적 자주노선과 김정일의 외교 다변화 정책’이란 제목의 통일연구원 온라인 시리즈를 통해 “김정일은 중국의 강대화가 북한의 안전에 큰 위협이라는 생각과 함께 미중간 패권 다툼 속에서 언제 다시 북한이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졌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북한이 정상회담 다음날부터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보도하고, 김정일 특별열차 내부까지 공개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도 중국에 대한 견제의 의미로 해석했다.


그는 “러시아 ‘북극곰’이 드디어 긴 동면을 끝내고 중국의 일방적 대북 영향력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시작했고, 그것을 견인해 낸 사람이 김정일 위원장이라는 점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유에서 북한 언론은 지난 북러 정상회담을 경제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측면을 더 크게 평가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 연구위원은 또 김정일이 2009년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면담시 ‘중국을 믿지 못한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그같이) 말한 이유도 중국이 언제 돌변 경제적 카드를 활용해 북한을 옥죄일지 모른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하루속히 변경해야 할 책무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적 의존도는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북한을 붕괴시킬 정도라고 평가했다. 결국 김정일은 김일성이 중소 등거리 외교를 통해 어느 일방이 북한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했던 ‘수령의 경로’를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설적이지만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북한은 러시아는 물론 남한, 미국, 일본과의 외교 다변화에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북한의 행보를 잘 활용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북한을 통한 러시아 가스 도입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남북러를 잇는 가스관 사업 전망에 대해서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며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문제, 가스관의 안전 문제, 비용 분담 문제, 이익금 분배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