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부시 상대로 선전전 시도하나?

북한 핵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싼 미-북 사이의 ‘물밑 긴장’이 팽팽해져 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15일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을 무기화했는지 여부 등 핵프로그램의 수준에 대한 핵심적인 세부내용 신고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이에 따라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와 핵활동에 대한 세부사항 신고를 올해 말까지 끝내지 못하고 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은 북한이 플루토늄을 얼마나 무기화했는지 알고 싶어하지만, 북한은 플루토늄의 생산량만 언급하고 싶어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관련 시설에 대한 모든 목록을 얻고 싶어하지만 북한이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지 않은 불완전한 목록을 주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해서 투명성을 요구하지만 북한은 우라늄 농축장비 구매 이유를 밝히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미국은 또 지난 9월 이스라엘이 공습한 시리아의 핵시설에 북한이 어떤 도움을 제공했는지 여부 등 북한의 과거 핵확산 관련 활동에 대한 정보를 밝히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북한의 핵기술 제공의혹은) 미친 놈들이 만든 것”이라는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뉴욕 채널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감사한다. 우리는 우리의 의무를 다할 것이다. 미국도 해야 할 바를 다하길 기대한다”는 내용의 짤막한 구두 답신을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두 답변은 지난 3-5일 방북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김정일위원장에게 전한 부시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답변이다.

일반적 외교관계로 볼 때 친서가 가면 친서로 답신을 보내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다. 김정일은 답신도 아니고, 짤막하고 원론적인 ‘답변’을 보냈다. 부시의 친서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부시 대통령이 친서에서 요구한 완전한 핵 신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없고 “우리는 의무를 다할 테니, 미국도 할 바를 다 하라”는 것이다.

이 대목은 아주 묘한 데가 있다. ‘우리가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했으면 미국도 테러지원국 해제에 먼저 성의를 보여라’는 뉘앙스가 비쳐지기도 하고, 아울러 ‘우리가 앞으로 신고하는 내용은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는 뉘앙스로 들리기도 한다.

따라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정확한 사용처(핵무기 수), 농축 프로그램 설비 사용처, 핵관련 물질 및 기술, 설비의 외부 이전 의혹(시리아 관련설)에 대한 완전한 신고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성의있는’ 신고를 할지가 최대의 관심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14일 북한에 모든 핵프로그램과 물질, 무기를 완전히 신고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핵프로그램은 물론 무기 제조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핵물질들과 일체의 확산 활동을 완전히 신고하는게 중요하다”고 재차 언급했다.

또 “중요한 조치는 완전한 신고”라고 말해 북한의 철저한 핵 신고가 ‘먼저’임을 강조했다. 이는 김정일에게 전달한 자신의 친서 내용을 김정일에게 다시 확인해주는 의미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지금 김정일은 부시 친서에 대해 일단 ‘친서에 대한 답변’으로 시간 때우기를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부시의 친서에 ’12월 31일까지 답변을 바란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 기간 전에 김정일은 ‘우리는 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두루뭉실한 답변을 미리 함으로써 앞으로 부시와 선전전(宣傳戰)을 벌이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도 계속 펼쳐질 미국의 ‘정확하고 완전한 신고’ 요구에 북한의 ‘우리의 신고는 의무를 다한 것’이라는 말공방이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될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임기직’인 부시에 비해 ‘종신직’인 김정일이 유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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