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보즈워스 만날까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다음달 8일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앞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과거의 전례만 보면 보즈워스 대표가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라고 해도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과거 미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방북한 북핵 관련 미국측 실무자들을 만난 전례가 없다.


김 위원장은 1999년 5월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클린턴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있었지만 직접 만나 전달받지 않았다.


페리 조정관은 당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하는데 만족해야 했고, 북미관계가 상당히 진척됐던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방북 때에야 비로소 김 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의 면담 자리에 배석할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세 차례 방북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단 한번도 면담하지 않았다.


심지어 2007년 12월 힐 차관보가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방북했을 때에도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불발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대신 친서를 전달했다.


부시 행정부 초기인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특사가 방북했을 때 역시 김 위원장과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을 아니라 도리어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고농축우라늄(HEU) 시인으로 `2차 핵위기’가 터졌다.


김 위원장이 과거 면담을 허용한 미국측 인사는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2명뿐이다.


과거 북한이 김 위원장과 미국측 고위인사의 면담을 북미관계 개선의 큰 획을 긋는 `시그널’로 활용해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북미관계 진전 여부가 불투명한 현 상황에서 이번에 김 위원장이 섣불리 보즈워스 특별대표를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올브라이트 미 국부장관은 장관급 특사로서 환대를 받았지만 보즈워스 대표는 급이 좀 낮다”며 “또 올브라이트 장관은 북미관계 개선의 급진전에 관한 내용을 갖고 방북했던 데 비해 이번 보즈워스의 방북은 북의 핵폐기 결단을 촉구하는 압박의 성격이 강해 김 위원장의 면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그 반대의 관측도 일부 나온다.


현재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을 볼 때 김 위원장이 보즈워스 대표를 전격적으로 만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전히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 및 면담을 계기로 북한 외교의 전면에 나선 것을 보면 삼남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강화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김 위원장이 건강할 때라면 별문제 없겠지만 작년 8월 뇌 관련 질환으로 쓰러진 이후로는 이제 겨우 20대 중반의 김정은을 `3대 세습 후계자’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만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김 위원장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처음 북한을 방문하는 보즈워즈 대표를 전격적으로 만나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진솔하고 강력한 의지를 내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관측대로 만일 김 위원장이 내달 방북한 보즈워스 대표를 만난다면 그것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셈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동국대 북한학과의 김용현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방북시기를 발표하는 정도라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둔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와 2012년 ‘강성대국’을 앞둔 상태에서 북미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북한이 목표로 하는 것들을 달성하려면 시간이 급한 만큼 `통 큰 결단’의 차원에서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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